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
HMM(011200)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전망이지만 직원들은 즐겁지 않다. 수익을 많이 내도 다른 회사들처럼 성과급 잔치는커녕 기본급 인상마저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HMM이 사상 최대 실적에도 임직원과 성과를 나누지 못하는 것은 경영난으로 2016년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HMM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투입한 공적자금은 3조원에 달한다.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어 회사를 가까스로 살려낸 만큼 이제 막 실적이 좋아졌다고 해서 임금을 올리거나, 성과급 잔치를 하는 건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HMM 임직원도 이를 고려해 수년간 임금 동결에 동의해왔지만 상황이 조금 달라지긴 했다. 해운업이 호황에 접어들면서 이전과 달리 일거리가 늘었기 때문이다. 일이 늘면서 업무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는데 임금도 처우도 그대로니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HMM 임직원 평균연봉은 6250만원 수준으로, 국내 중견 해운사보다 2000만원가량 적은 수준이다. 외국 해운사와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지난해 해운사들이 실적 개선으로 성과급 잔치를 하는 것을 보면서 HMM 임직원의 박탈감은 더욱 심했을 것이다.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임금과 처우에 지쳐 결국 회사를 떠난 직원들도 부쩍 늘었다. 노조에 따르면 해상직원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1년 반 새 약 100명이 퇴사했다. 내부에서는 1주일에 1명꼴로 직원들의 퇴사가 이어진다는 말까지 나온다. 퇴사자가 많아지면서 남은 직원들의 업무가 더욱 가중되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HMM 임직원들은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에서 25% 임금 인상을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산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사측은 5.5% 인상과 기본급 수준의 격려금 지급을 제안했다. 노조 입장에선 턱도 없는 수치다 보니 양측의 갈등은 깊어져만 가는 상황이다.
물론 동종업계와 비교해 임금과 처우가 열악하다는 점을 고려해도 노조의 주장대로 25% 임금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조도 지금의 호황이 코로나19 이후에는 끝날 수 있다는 점과 회사의 재무 상황이 아직 완전히 좋아지진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인상 폭을 조정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산은과 사측도 지금 임직원의 불만을 달래지 않고 묵살한다면 그간 투입한 공적자금 3조원까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처럼 '평생 직장'이 당연한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크고 좋은 배를 들여와도 스케줄을 조정하고, 화물을 싣고, 운항할 직원이 없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나아가 정부가 꿈꾸는 '해운 재건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인재 유출은 최소화해야 한다. 직원이 없다면 어떤 호황이 와도 HMM이 성과를 내긴 어려울 테니 말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