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업체에 가맹콜 안 준다"…치열한 모빌리티 물밑 전쟁

상장 앞둔 카카오모빌리티, 수익화 고심 속 타 가맹에 콜 제한
택시 호출 시장 80% 이상 차지한 카카오T 영향력 '강화'
"카카오 막히자 매출 반 토막"…우버·타다 등 가맹 탈퇴 움직임

입력 : 2021-08-05 오후 5:46:17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우버 가맹택시를 운영하던 A씨는 지난 7월 초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받았다. 타 가맹 택시에 가입돼 있으면 카카오T 택시 호출에서 제명된다는 것이다. 택시 기사들은 전체 택시 호출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에서 콜을 받지 못하면 매출에 큰 타격을 입기에 암암리에 가맹 호출과 카카오T 호출을 함께 이용했다. 지난 5월 초부터 두 달여 간 타 가맹은 콜을 받을 수 없다는 경고성 공지가 왔지만, 우버 가맹 계약 해지 위약금도 크고, 지금까지 큰 제재 없이 두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해왔기에 A씨는 별 문제 없으리라 생각했다. 
 
서울역 서부역 앞 인근에 택시들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카카오T 택시 호출이 끊기자 매출이 반토막난 A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위약금을 물고 우버 가맹에서 탈퇴했다. A씨는 "우버 가맹을 하면서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하려 했는데 이렇게 조여드니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택시 호출을 받고 있던 타 가맹 택시를 자사 서비스에서 제외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가맹형 택시 기사들은 소속된 가맹운수사업자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만 가맹형 택시 호출을 수행할 수 있다. 타 가맹 업체에 카카오T 호출을 이용하려면 정식으로 가맹에 가입해 수수료를 내라는 항의 공문을 보내는 수준에 그쳤던 카카오모빌리티가 본격적으로 칼을 뽑아 든 것이다. 
 
이에 지난 7월 초 가맹 택시 사업을 운영하던 모빌리티 업체 세 곳은 카카오모빌리티와 플랫폼 제휴 업무협약(MOU)을 맺어 자사 호출과 카카오 T 택시 호출도 함께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업무협약에 참여한 업체는 마카롱 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와 반반택시를 운영하는 코나투스, 고요한택시를 운영하는 '코액터스'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이런 조치를 내린 배경에 대해 "플랫폼 미제휴 상태에서 타 가맹형 택시 기사가 카카오 T 택시 플랫폼을 병행 사용하면서 동시 호출을 받거나, 소속된 가맹운수사업자가 제공하는 호출을 우선 수행하고자 이미 배차 완료된 카카오 T 택시 호출을 취소하는 사례가 발생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VCNC의 가맹택시 서비스 '타다 라이트'. 사진/뉴시스
 
하지만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흑자 전환을 위한 조치라고 분석한다. 오는 2022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적자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기사 대상 유료 멤버십, 전화 호출 기반 대리운전 업체 인수, 스마트호출 수수료 탄력 적용 등 다각도로 수익화 작업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사업은 대리운전 서비스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 경험을 해친다는 것은 핑계고 콜 영향력을 강화하고 택시 수수료를 확대하려는 조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매년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타 가맹으로까지 손을 뻗는 것 같다"며 "원칙적으로 각자 가맹 콜만 받는 게 맞지만, 코로나로 택시 기사들이 힘든 상황에서 자사 상황만 고려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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