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수업을 계획서대로 진행하지 않는 등 학사 운영 규정을 위반한 사유로 대학교수에게 해임 처분을 내리는 것은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란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한원교)는 A학교법인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경남 양산시에 있는 B대학교를 운영하는 A법인은 이 학교 C교수에 대해 △수업 시간 통합 운영 △학사 일정 임의 단축 △수업결손과 보강 미이행 등 학사 운영 규정 위반 사유로 교원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쳐 지난 2019년 11월18일 해임 처분을 내렸다.
C교수는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개설한 수업을 일정 시점부터 주 2회에서 주 1회로 통합해 운영하고, 해당 학기 3개 과목 수업의 기말고사를 학사 일정상 예정된 기말고사 기간이 아닌 기간으로 임의로 앞당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9년 5월30일 수업 2개가 있는데도 행정 처리 없이 학교 총동창회 골프대회에 참석하고, 이후에도 보강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C교수는 해임 다음 날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징계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소청심사 청구를 했고, 심사위원회는 지난해 4월8일 '이 사건 징계 사유는 모두 인정되나, A법인이 C교수를 징계를 통해 이루려고 하는 목적, 징계 사유의 내용과 그 비위 정도, 그 밖의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징계 처분은 지나치게 과중해 징계양정이 부당하므로 정직 3월로 변경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불복해 A법인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는 점에 관해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징계 사유의 내용과 유형, C교수가 한 행위의 동기와 경위,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해임의 중징계에 처하는 것은 비위의 정도와 책임에 비춰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판단된다"며 "따라서 이와 같은 전제에서 이 사건 징계 처분이 위법하다고 봐 이를 취소한 이 사건 결정은 적법하고,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비록 C교수가 일부 수업을 수업계획서와 다르게 진행하면서 이 사건 학교의 학사 운영 규정에서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점은 인정되지만, 한편으로는 수업 시간 변경과 일부 보강 등을 통해 미리 편성된 시간표 외의 시간에도 추가로 일부 강의를 했으므로 실제 수업결손율은 원고가 산정한 정도에는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C교수는 학교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 규정을 지키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기는 했으나, 수업 목적에 부합하는 강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점, 수업 시간 변경은 취업 준비 중인 다수 학생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점 등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부연했다.
또 "이 사건 학교가 수업 운영·변경과 관련해 준수해야 할 절차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교원의 자의적인 수업 운영을 방지하고, 원활한 학사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원고가 이 사건 징계 처분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주된 목적도 이와 같은 취지에서 교원들이 수업 계획대로 성실히 수업하고 관련 절차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보이는데, 이는 해임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원에 대한 해임은 교원을 대학으로부터 추방해 연구자와 교육자의 지위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징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돼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징계 처분은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사진/서울행정법원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