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미국의 유명 여성인권 운동가가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편에 서서 피해자를 흠집내기 위한 모략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9일(현지시간) 직장 내 여성 차별과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인권단체 '타임스업'은 이 단체 이사회 의장인 로버타 캐플런이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캐플런은 쿠오모 주지사에 대한 첫 번째 성폭력 의혹 제기 당시 의혹 폭로자에 대한 주정부의 부정적인 성명 발표에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주정부 측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한 전직 보좌관 린지 보일런의 신빙성과 폭로 동기를 문제 삼는 공개서한 초안을 작성한 뒤 캐플런에게 초안 내용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토 요청을 받은 캐플런은 작성한 초안을 검토한 뒤 일부 문구를 수정하고 "발표해도 좋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발표한 조사 보고서를 통해 만천하에 알려졌다.
여성인권을 위해 싸우는 단체 지도자가 성폭력 폭로자에게 역공을 가하는 가해자 측 성명 배포에 동조한 셈이어서 미국 시민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성폭력 피해자 모임은 이날 타임스업 측에 공개서한을 보내 이번 사건에 관한 제3자의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또 타임스업 측이 성폭력 또는 성희롱 의혹을 받는 개인이나 단체와 관계를 끊고, 이들에게서 받은 기부금도 돌려주라고 촉구했다.
캐플런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가 활발하던 2018년 '타임스업 법률대응 기금'을 창설해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시대가 끝났다’(time’s up)는 의미의 타입스업은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남성 중심의 시대 종언'을 지지하며, 미투 운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컬럼비아대 로스쿨 부교수인 그는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과거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해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의 변호인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쿠오모 주지사의 탄핵을 추진 중인 뉴욕주 하원은 탄핵안 결의에 무게를 두고 이르면 이달 중 탄핵조사 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찰스 러빈 하원 법사위원장은 “이르면 이달 후반부에 조사가 끝나거나 종료가 임박할 때 관련 증거들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