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증거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사참위는 11일 입장문에서 "특검 수사 기간 사참위는 특검이 20여 차례에 걸쳐 요구한 50TB 이상의 자료를 제공했고, 참고인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해 사참위가 제기한 문제 핵심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등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 왔다"며 "그런데도 사참위가 제기한 의혹을 부정한 특검의 수사 결과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사참위가 특별검사 임명을 요청한 이유는 수거 촬영 영상에서 포착된 DVR 본체와 해경이 인양했다고 하는 DVR 본체의 실제 상태가 각기 달랐고 수거 과정에 대한 진술이 사실과 거리가 있었으며, CCTV 복원 영상에 일반적이지 않은 여러 흔적이 발견돼 증거자료에 대한 조작·편집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조사 과정에서 사참위는 전문 연구소에 영상 감정을 의뢰한 바 있고, CCTV 영상에 있어서도 자체 실험을 통해 여러 차례 재연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참위는 "기술적·시간적 어려움에도 수사에 매진한 특검팀의 노력을 존중한다"면서 "이후 특검 수사기록이 검찰로 이관되는 대로 입수해 사실관계는 정확한지, 적용 논리는 타당한지, 증거는 제대로 적용됐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법률상 부여된 사참위의 권한을 활용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온전한 진상 규명을 위해 더욱 전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사는 것이 당연했던 304명이 죽임을 당한 이유와 책임을 밝히는 것"이라며 "304명이 자신의 잘못이 전혀 없이 죽었는데, 그 죽음의 이유와 책임을 밝히지 못한다면 진상 규명이 아니며 재발 방지 대책도 세울 수 없고 세월호 참사의 교훈은 개인의 안전의식 고취로만 왜곡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가족·피해자들이 가족을 잃고 피해를 본 이유를 수긍·납득할 때 비로소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해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진상 규명은 유가족·피해자들이 묻는 모든 질문에 '세월호 참사 전문가'로서 성실히 답을 해야만 하는 것이며, 유가족·피해자들이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가족·피해자에게는 진상 규명 과정에 참여하고 조사·수사 내용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며 "이번 특검이 유가족·피해자의 당연한 권리를 무시했듯 진상 규명의 책임과 권한을 가진 대부분의 기관과 조직, 언론, 전문가는 물론 우리 사회 모두가 유가족·피해자들이 진상 규명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조사·수사 과정에 대해 확인·검증해야 하는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시절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활동했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특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니 데이터 조작 여부 관련해서는 비교할 만한 대상이 사실상 없어서 이 부분을 제대로 살필 수가 없다는 대목이 있다"며 "그래서 조작 의혹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4·16 세월호 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은 지난 10일 "제기된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인적·물적 증거를 찾기 어려워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결정을 했다"고 발표하면서 활동을 종료했다.
이번 특검은 △해군과 해경의 '세월호 DVR(디지털영상저장장치)' 수거 과정과 인수인계 과정에 대한 의혹 사건 △'세월호 CCTV' 데이터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 사건 △DVR 관련 청와대 등 정부 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의혹 사건 △이들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 등을 수사했다.
이현주 세월호 참사 증거조작 의혹 진상규명 특별검사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세월호 CCTV 데이터 조작 의혹 등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