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화(000880)가 '스페이스 허브'(Space Hub)를 출범한 후 우주 사업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민간 우주 시장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한화 또한 뒤처지지 않도록 부지런히 우주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 방산계열사
한화시스템(272210)은 최근 3억달러(한화 약 3450억원)를 투자해 영국 인공위성·우주 인터넷 기업 원웹(OneWeb)의 이사진이 됐다.
원웹은 세계 최초로 우주 인터넷용 위성을 발사한 업체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와 함께 우주 인터넷 시장 선도 업체로 꼽힌다.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도 우주 인터넷 사업을 구상했지만 실제로 위성을 띄운 건 원웹과 스페이스X뿐이다.
이 업체는 내년까지 저궤도에 위성 648기를 배치해 인터넷망을 완성한다는 목표며 이후 전세계에 우주 인터넷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원웹은 오는 20일 저궤도 위성 34기를 한꺼번에 쏘아 올릴 예정으로, 발사 성공 시 228번째 위성을 확보하게 된다.
원웹 발사 로켓. 사진/원웹
한화시스템은 원웹 투자를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우주 인터넷 서비스 사업의 향후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이 시장 규모가 향후 20년 안에 최대 5820억달러(약 67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스페이스X는 투자금을 유치해 자체 개발한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방식이지만, 원웹은 투자한 회사들과 협업하는 형태인 점도 한화의 선택을 받게 된 요인으로 보인다.
한화와 같은 이사진이자 세계 3대 위성통신 기업 유텔샛(Eutelsat)은 내년 위성 배치가 마무리되면 3~5년 안에 원웹의 연수익이 10억달러(약 1조150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이 분야 선두주자인 만큼 시장의 10~20%를 상당 기간 점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는 원웹 투자 이전부터 우주 사업 투자를 지속했다. 우주 산업 규모가 커지는 데다 본업인 위성 안테나 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쎄트렉아이가 개발한 위성시스템 'SpaceEye-X'. 사진/쎄트렉아이
이를 위해 지난 3월 그룹 내 우주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전담 조직 스페이스 허브도 출범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엔지니어들과 한화시스템 통신·영상장비, ㈜한화의 무기 전문 인력이 합류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조직을 이끈다.
스페이스 허브는 발사체와 위성 등 제작 분야와 통신, 지구 관측, 에너지 서비스 분야로 나눠 연구와 투자를 추진한다.
이에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유일 민간 인공위성 제조 업체인 쎄트렉아이 지분 30%를 인수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쎄트렉아이의 무보수 등기임원도 맡고 있다. 쎄트렉아이는 한국 최초 위성 '우리별 1호'를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인력들이 설립한 회사다.
지난 5월에는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우주연구 센터도 설립했다. 스페이스 허브는 우주연구 센터에 100억원을 투자한다.
카이스트와의 첫 연구 프로젝트는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인 'ISL'(Inter Satellite Links)개발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여러 대의 위성이 레이저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고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운항 중인 비행기와 배,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에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스페이스X 또한 ISL 기술을 개발 중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