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부동산 이분법의 실패

입력 : 2021-08-18 오전 6:00:00
정부는 4년 동안 공공 주도의 부동산 정책을 놓지 않고 있다. 민간 수요를 억제한 데 이어 공공 중심의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다. 공공은 선하고 민간은 악하다는 이분법이 정책 밑바탕에 깔려있다. 민간은 투기세력으로 들끓으니 공공이 부동산 정책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정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투기세력을 잡겠다는 민간 억제 의지는 대출 규제 강화, 세부담 중과 등의 정책으로 실현됐다. 결과는 ‘풍선효과’뿐이었다. 고가주택 기준선을 토대로 한 대출 규제는 규제를 받지 않는 주택으로 수요를 이동시켰다.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서울에서 점점 줄어든 건 그 결과다. 최근에는 서울뿐 아니라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곳곳의 집값이 껑충 뛰고 있는데, 이 역시 같은 원인이 작용한다. 
 
정부는 민간을 악으로 규정하고 수요를 묶으려 했지만, 수요자들은 합리적인 선택을 했을 뿐이다. 자금 상황에 적합한 주택을 찾아 이동한 것이다. 각자 사정에 맞는 수요자들의 행동과 수급에 의한 가격 결정이란 기본 상식이 맞물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을 띄웠다. 
 
세금 규제 강화도 마찬가지다.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규정한 정부는 다주택 보유를 막기 위한 규제를 연일 내놨다. 종합부동산세를 올리고 양도차익을 누리지 못하도록 양도세 중과 규제도 시행했다. 
 
민간은 악하다는 정부 논리에 시장은 그들만의 합리적인 사고 과정을 거쳐 우회로를 찾았다. 다주택자들은 매도 대신 증여를 택했고, 전세 대신 월세를 돌렸다. 쌓일 것으로 예상했던 매물은 늘지 않았고, 전세는 감소하면서 반전세나 월세는 증가했다. 매맷값은 계속 올랐고, 전세도 뛰었다. 특히 전월세 시장은 임대차법 부작용의 여파가 큰 상황인데 월세화를 부추기는 규제가 겹치면서 가격 상승에 더 힘이 실렸다. 
 
공급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정부는 민간 정비사업을 묶어둔 채 공공이 주도하는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8·4대책과 2·4대책으로 공급 약속을 쏟아냈지만 실현 여부는 안개 속이다. 
 
공공 주도의 주택공급 지역을 당국이 선정하는 ‘톱다운’ 방식은 지역내 주민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주택 공급 후보지 선정을 취소해달라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공기업의 땅 투기 사태 이후 공공 불신이 심해진 상황에서 민간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게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는 주된 이유다. ‘착한 공공이 공급해주겠다’는 정부 정책에 시장은 그들만의 합리적 판단으로 공공 주도 공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분법을 바탕으로 한 부동산 정책이 4년 내내 이어졌고, 4년 동안 집값은 폭등 수준으로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이들 중에선 욕심 내기도 어려운 수준으로 오른 집값에 좌절감을 느끼며 등을 돌리는 이들도 나왔다. 이쯤 되면 공공은 정말 선한 지 돌아볼 법하다. 시장에 필요한 정책이 ‘선악’인지, ‘합리’인지도 고심해볼 일이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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