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우리 경제가 뛰어난 디지털 잠재력을 갖고 있음에도 생산성이 둔화되는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디지털 혁신의 성과가 생산성 제고로 직결되려면 경제구조 전환이 적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은행은 '디지털 혁신과 우리나라의 생산성 역설'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및 인프라, 유무형 투자, 혁신역량 등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초여건은 양호하지만, 경제 여건 및 생산성은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ICT에 대한 투자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기업, 산업 및 국가 수준의 생산성이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에 대해 학계에서는 생산성 역설로 지칭한다.
우리나라의 혁신지수 순위는 2012년 21위에서 지난해 10위로 11계단이나 뛰었지만, 생산성 증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선진국 추격 여력이 약화되면서 소득 수준은 고소득 국가 대비 50%대, 노동 생산성은 70%대 수준에서 둔화되는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면 기업의 가치 창출 동인이 기계·설비 등 유형자산에서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데이터베이스 등 무형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게 된다.
한은은 디지털 혁신이 △기존 산업과 ICT 간 융합 가속화에 따른 ICT 서비스 수요 증대 △브랜드·인적자본 확충·조직구조 개선 등 비기술혁신형 무형자산 투자 중요성 증대 △혁신 친화적 기술금융의 중요성 제고 등 효과를 불러온다고 설명했다.
정선영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디지털 혁신기반 경제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경제 주체의 기술 수용성이 충분히 높아지고 동시에 조직 재편, 인적 자본 확충 등 기술혁신을 보완할 대규모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며 "생산성 역설이 조기에 해소되고 디지털 혁신의 잠재력이 생산성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경제구조 전환이 적기에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생산성 역설을 초래하는 우리나라 경제 구조상 요인을 살펴보면 △ICT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와 국내 ICT 서비스업의 낮은 경쟁력 △유형자산 위주의 투자 행태와 인적·조직자본 등 비기술혁신에 대한 투자 부진 △간접금융 위주의 기술금융 구조 및 직접금융 내 높은 정책자금 의존도 등이 꼽힌다.
정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높은 수준의 ICT 인프라와 기술수용성, 혁신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투자 및 산업구조가 여전히 기존 유형 경제 프레임에 의존하고 있어 기술혁신의 생산성 개선 효과를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를 계기로 제도적 혁신이 앞당겨지고 경제 주체들의 기술 수용도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따라서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적절히 대응해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ICT 산업 및 투자 구조를 디지털 혁신에 적합한 형태로 전환함으로써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8일 한국은행은 '디지털 혁신과 우리나라의 생산성 역설'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및 인프라, 유무형 투자, 혁신역량 등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초여건은 양호하지만, 경제 여건 및 생산성은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원화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