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굴기' 가속…TWh 시대 왕좌 굳힌다

상반기 시장 점유율 중국 상승·한국 하락…CATL 선두
중국업체, 공격적 증설·기술개발로 글로벌 수주 확대

입력 : 2021-08-19 오전 6:02:13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 석권을 위한 '배터리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중국 내 공장 증설을 확대하면서 밀려드는 수주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오는 2025년 배터리 수요가 1TWh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높인 중국 업체들의 입지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은 29.9%로 1위를 차지했다. 국내 1위 LG에너지솔루션(분사 전 LG화학(051910))은 24.5%로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위였던 LG엔솔(24.6%)과 CATL(24.5%) 순위가 역전된 것이다. 
 
중국 기업의 성장 속도도 국내 기업을 압도한다. 전체 시장 점유율 1위 CATL의 상반기 성장률은 234.2%로, LG엔솔의 성장률 169.8%보다 높다.
 
BYD(203.6%)는 지난해 점유율이 같던 삼성SDI(006400)(107.3%)를 크게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4위를 차지했다. CALB(314.8%), Guoxuan(225.7%)의 성장률도 국내 3사를 압도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높은 성장세를 시현한 것은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수주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테슬라의 모델S·Y와 벤츠의 EQS 등 신형 전기 차종에 중국 업체 배터리 탑재 비중이 확대되면서 상위 3사 (CATL·BYD·CALB)도 배터리 생산 라인 추가 증설에 돌입하고 있다.
 
CATL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 582억 위안(한화 약 10조4876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발표한 투자 계획까지 감안하면 1년새 30조원에 육박하는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이번 조달 자금 대부분은 중국 푸젠·광둥·장쑤·닝더·푸딩 등 5곳 공장 생산라인 증설 및 연구개발(R&D)에 투입된다. 
 
CATL의 주력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다. 최근까지 LFP는 국내 업계가 주력하는 삼원계(NCM·NCA) 대비 안전하고 가격이 저렴하나 에너지밀도는 떨어진다고 인식됐다. 이에 CATL은 배터리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셀투팩(CTP), 셀투셰시(CTC) 기술 개발을 통해 삼원계 못지 않은 출력을 내는 데 성공했다. 가격경쟁력에 더해 기술력까지 확보되면서 테슬라를 필두로한 완성차 업계의 LFP 배터리 채택 흐름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중국 2위 배터리 기업으로 전기차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BYD는 내수시장을 타깃으로 성장 중이다. 최근 1억 위안(약 180억원)을 출자해 중국 장쑤·안후이성에 배터리 생산·연구개발 회사를 설립했다. 테슬라와 경쟁 중인 BYD는 최근 테슬라에 LFP 기반 블레이드(칼날)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와 비슷한 에너지 밀도를 가지면서도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1회 완충 시 최대 주행거리는 600km에 달한다.
 
CALB는 후발주자답게 공격적인 증설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총 248억위안(약 4조4220억원)을 투자해 연산 50GWh(기가와트시) 규모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CALB는 허난·장쑤·푸젠성 등 3곳에 총 연간 16GWh에 달하는 배터리 공장을 보유 중이다. 지난 1월 연산 25GWh의 장쑤 4차 공장 건설에 이어 5월 푸젠 3차 공장에 더해 청두, 우한 지역에 신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완공시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약 6배 이상 늘어난 총 100GWh에 달한다. 이는 전기차 1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 기업들이 공격적인 증설·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자국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시진핑 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고 “전기차 산업이 더 빠르게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에 배터리 기업에 세제 혜택 및 보조금을 지급하며 자국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시장 지위도 공고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5사(CALT, BYD, CALB, Guoxuan, AESC) 점유율은 43.2%로 지난해(34.9%) 보다 8.3.%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K-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34.9%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낮아졌다. 정부와 기업간 시너지가 본격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기업의 배터리 굴기가 가속화하는 만큼 K-배터리 3사도 이에 대응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25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수요는 1.3테라와트시(TWh)에 달할 전망으로, 약 361GWh 수준의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폭발하면서 향후 5년내 업계 점유율에도 큰 지각 변동이 일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의 학술논문과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 대비 배터리 실용성이 극히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중국 업체들이 LFP 기술 개선을 통해 자신감이 한껏 높아진 상황에 더해 배터리 전기차 안전 기준이 강화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LFP 채택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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