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와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법무부 장관이 인권위원회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는 박범계 장관이 최영애 위원장을 만나 아동, 수용자, 보호 외국인 등의 인권 보호를 위한 추진사항을 공유하고,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19일 밝혔다.
박 장관과 최 위원장은 이날 △'외국인아동 출생등록제' 도입 △교정시설 수용자 처우 개선 △인권위 권고에 대한 '인권 모니터링 제도' 운영 현황 등의 과제를 두고 대화를 나눴다.
법무부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사회적 위험에 노출된 외국인 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아동의 출생등록과 그 증명이 가능하도록 '외국인아동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고, 관계 부처와의 협의 절차를 걸쳐 신속하게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인권위원회는 지난 2019년 8월 모든 아동에 대해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를 도입하도록 권고했다.
해당 법안은 국내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아동이 출생하면 부모 등이 그 출생 사실을 등록하고, 이에 관한 증명서의 열람이나 교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아동의 출생 사실과 신분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삼고 있다.
또 법무부는 교정시설 수용자 처우와 관련해 지난 5월 최초로 모든 수용자를 대상으로 시설, 급양, 건강, 의료, 보호장비, 외부교통, 교육·교화 프로그램, 작업·직업훈련 등 10개 영역에 대해 익명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설문조사 결과 △시설에서는 과밀수용, 냉·난방 등 열악한 환경 개선 △급양에서는 급식의 질과 식단의 다양성, 의류·침구의 청결 상태와 지급 수량에 대한 개선 △건강과 관련된 운동, 의료 처우, 외부교통권인 접견, 전화 등의 개선 △교육·교화 프로그램에서는 참여 확대와 질적 개선 등을 바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권위원회는 지난 몇 년간 여러 차례 법무부에 교정시설 과밀수용을 해소하고, 냉·난방 환경, 의료, 접견, 보호장비 사용 등에 관한 수용자 처우 개선 대책 마련을 권고해 왔다. 법무부를 대상으로 한 인권위원회 권고 중에서 교정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55.9%, 2019년 78.3%, 2020년 84.0%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는 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인권 모니터링 제도와 관련해 지난 4월 중앙 행정부처 최초로 이 제도를 도입했고,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법령과 행정규칙을 제·개정하거나 제도와 정책을 수립할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사전에 모니터링을 거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외국인보호소 폐쇄 회로 텔레비전(CCTV)에 의한 사생활 침해에 대한 개선을 권고한 인권위원회 결정을 수용해 청주외국인보호소부터 취침 시간(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7시)에는 영상비표출로 운영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화성·여수외국인보호소까지도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CCTV 의존율을 낮추기 위해 사건·사고 감소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영애 위원장은 "오늘 법무부 장관의 답방을 통해 인권위와 법무부가 인권 보호를 위한 신뢰 관계를 구축했고, '외국인아동 출생등록제' 도입, 교정시설 수용자 환경 개선, '인권 모니터링 제도' 시행 등을 통해 법무부가 국민의 인권 향상에 매진한 점에 대해 환영한다"며 "앞으로 양 기관이 함께 '인권정책기본법'의 항구적 정착과 인권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범계 장관은 "외국인 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한 출생등록 제도뿐만 아니라 일정 조건을 갖춘 무자격 아동에게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구제 방안에 대해서도 운영상 부족한 점을 면밀히 살펴 더 많은 아동이 구제받을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인권 정책 추진에 있어 인권위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해 김부겸 국무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