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까지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요청하자 예금 금리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업계 입장에선 대출을 위한 자금 확보 요인이 떨어진 만큼 고금리 예금 상품을 팔 이유가 사라졌다는 평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오는 9월부터 수십입출금식 예금 상품, 이른바 파킹통장 상품의 기본금리를 내리기로 했다. 현재 OK파킹대박통장, OK e-파킹대박통장은 기존 30억원 이하분에는 연 1.8%, 초과분에는 0.1%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달부터는 5억원 이하분에는 1.5%, 초과분에는 1.0% 수준으로 금리 정책이 바뀐다. 금리 적용 구간이 개편되면서 5억원이 넘는 금액을 예치했던 고객의 경우 이전보다 0.8%p만큼 금리 혜택이 줄어든다. 특히 이달까지 오픈뱅킹을 등록하면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대 2% 금리(30억원 이하분)를 제공했던 것과 비교하면 금리가 크게 축소되는 셈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이달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인하했다. 기존에는 만기 1년 이상 정기 예금 상품의 금리는 2.51%였지만, 현재는 0.20%p 금리가 낮아져 2.31%만 제공한다. 만기가 1·3·6개월인 경우도 각각 0.20%p씩 금리가 인하돼 2.01%, 2.11%, 2.21% 수준이 적용된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이 예금 상품을 금리를 내리는 것은 그동안의 흐름과 상반된다. 여태껏 저축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예금 금리를 높여왔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매월 상승세를 보였다. 월별 추이를 보면 △5월 1.61% △6월 1.64% △7월 1.81% △8월 2.03% 등을 기록해 이달 2%를 넘어섰다.
경쟁적으로 금리를 높이던 업체들이 이달 중순 접어들면서 금리를 낮추기 시작한 것은 대출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통상 저축은행들은 대출 공급이 늘어나면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금리를 높이지만 반대의 경우 금리를 낮춘다. 최근 수개월간 저축은행은 시중은행 대출 규제로 일부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금 유치에 돌입했다. 아울러 공모주 청약 열풍으로 자금 이탈이 커질 것을 대비해 금리를 높인 바 있다.
그러나 당국이 대출 규제를 2금융권으로까지 확대하자 자금을 확충할 유인이 줄어들고 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대출 총량규제를 제시한 데 이어 신용대출까지 연봉 수준으로 축소할 것을 요청했다. 여기에 지난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인하돼 대출 고객층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선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예금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가운데 예금 금리만 높아질 경우 예대마진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 규제 시그널로 업권 자체가 적극적으로 여신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9월부터 수신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2금융까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저축은행이 예금 금리를 낮추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