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열차를 멈추기에 앞서 잘못된 정책을 멈춰라."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이 정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구조조정 철회 등을 두고 대화와 교섭을 거부한다면 내달 14일부터 전면 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조정 철회 △공익서비스 비용 국비 보전 △청년 신규채용 이행 등 핵심 요구를 정부와 서울시에 촉구했다.
노조는 파업 결정의 이유로 서울시가 공사 측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 추진을 종용하고 나섰다는 점을 꼽았다. 서울시의 정책에 따라 무임승차, 버스 환승 할인 등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이로 인한 만성 적자는 오롯이 공사의 책임으로 돌아갔다는 데 분노한 것이다. 또 코로나19로 승객 수가 급감하며 올해 3657억원의 추가 손실이 예상되지만 이로 인한 재정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대규모 인력감축, 안전 업무 외주화는 안전운행을 저해하고 시민 안전마저 위협하는 위험한 정책"이라며 "코로나 여파로 인한 사상 초유의 재정난을 무책임하게 방치하다 구조조정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공사의 무임승차 비용은 해마다 증가해 당기순손실의 70%를 차지해왔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지난해부터는 이용 승객과 운수수입이 급감하며 올해 1조6000억원 대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해 노조는 "안전하고 중단없는 공공교통 운영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국가 정책으로 제정된 교통복지 차원의 무임승차 등 공익서비스 비용은 코레일 처럼 국비 보전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노사는 재정난으로 안전 운행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법정 무임승차 등 공익서비스 비용에 대한 국비 지원을 법제화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에 여야 다수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히며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앞서 공사는 재정난을 해결할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지시에 따라 지난 6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총 정원의 10% 이상 규모인 1971명 감원 △안전관리 업무 외주화 △복리후생 제도 축소 등의 내용이다. 이에 반발한 노조는 지난 17~20일 조합원들을 상대로 쟁의찬반투표를 실시했고 81.6%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정부와 서울시가 노동조합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대화조차 거부한다면 9월14일 파업에 돌입한다"고 경고했다.
공사 노조가 파업을 확정한 것은 지난 2016년 성과연봉제 반대 총파업 이후 5년 만이다. 노조 측은 시민 불편과 혼잡도 가중으로 방역 불안을 우려해 즉각적인 파업은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노조는 정부가 협상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김대훈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오는 26일 정부가 무임수송을 책임지라는 내용의 범국민 캠페인을 진행한 뒤 9월14일 국회 일정에 맞춰 총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정부의 책임있는 결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훈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가운데)이 23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파업을 예고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