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8월 국회 통과를 위해선 법제사법위원회 숙려기간이라는 복병은 남아 있다. 교섭단체대표간 협의시에는 이를 지키지 않아도 돼 25일 본회의가 열리기 까지 여야 막판 조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회 복지위는 23일 오전 10시 법안심사소위와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차례로 열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여야는 민주당 소속 김남국· 안규백·신현영 의원이 제출한 의료법 개정안 3건에 대해 5차례 논의와 공청회를 거쳐 통합·조정한 법안으로 최종 의결했다.
개정안은 의료기관 수술실 내부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TV를 설치·운영하도록 의무화한 게 핵심이다. 수술실이 외부와 엄격히 차단돼 있어 범죄 행위나 의료과실 유무를 규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CCTV 설치 비용은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하도록 했다.
다만 의료진의 반발을 고려해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정당한 사유는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응급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공의 수련 목적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의료기관의 장은 수술실 CCTV 영상정보가 분실·도난·유출·변조·훼손되지 않도록 △저장장치의 네트워크와 분리 △접속기록 보관 △관련 시설의 출입자 관리 방안 등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촬영된 영상은 3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촬영은 환자 요청이 있을 때 녹음 없이 한다. 영상 열람은 수사·재판 관련 등 관계기관 요청이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중재절차 개시 이후 환자동의를 받아 요청하는 경우, 환자와 의료진 쌍방 동의가 있을 경우로 제한했다. CCTV 열람 비용은 열람 요구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촬영 정보를 누출하거나 훼손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법 시행일은 보완 절차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 마련, 하위 법령 마련, 예산 지원 등 제도 시행에 원활한 준비를 위해 법안 공포 후 2년의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복지위 여야 의원들의 합의 끝에 수술실 CCTV 설치법은 법사위 심의 테이블에 오르게 됐다. 이는 19대 국회에서 CCTV 설치법이 발의된 지 6년 만이다.
하지만 8월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법사위 숙려기간이라는 복병이 남아 있다. 원칙상 법사위에 올라온 상임위 법안은 5일간 대기해야 한다. 이 원칙 때문에 민주당은 지난 19일 법안소위를 열려고 시도했지만 야당과의 일정 조율 실패로 오늘 소위가 열린 것이다. 현재 법사위 상정에 필요한 5일의 숙려기간을 채우지 못한다면 9월 국회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교섭단체 간 협의시 숙려기간 없이 본회의에 오를 수 있다. 실제 복지위를 통과한 감염병예방법은 법사위 숙려기간을 채우지 않은 채 법사위에 상정됐고 본회의를 바로 통과했다. 민주당이 수술실 CCTV 설치법의 25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하는 만큼 여야 막판 조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국민 다수가 원한 법안을 국회가 법으로 만든 데 의의가 있고,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의견과 여야간 엇갈린 부분을 긴 시간에 걸쳐 토론하고 양보하면서 합의해 낸 모범적 입법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마지막으로 25일 본회의에서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야당의원들의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신현영 의원 역시 "야당의 의지만 있다면 여야가 합의해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인 만큼 굳이 법사위 숙려기간을 둘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이 법안은 온 국민이 다 아는 내용이고 오랫동안 장외 협상을 통해 만들었기에 25일 본회의에서 빨리 처리되도록 여당이 응답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사진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월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유가족인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