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 6명이 "더 이상 국방부에 개혁을 맡길 수 없다"며 사퇴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국방부는 개혁의 주체가 될 의지가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1일 2명의 위원이 사퇴한 데 이어 국방부의 개혁 의지에 실망한 위원들의 사퇴가 계속되고 있다.
강태경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주원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운영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 6명은 25일 입장문을 내고 "군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낡은 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각계각층의 민간인 전문가들이 두 달간 매주 모여 각자의 영역에서 다양한 대안을 만들고, 이를 국방부에 제시했다"며 "국방부를 비판하되 협력하고 견인하며 개혁의 씨앗을 싹 틔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제 그 기대를 접는다"고 했다.
이들은 사퇴의 핵심적인 이유로 국방부에 개혁 의지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평시 군사법원 폐지에 대해선 "군 사법제도 개선 분과(4분과)는 오랜 숙의 끝에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의안으로 오는 25일 정기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의결했지만,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에 4분과 논의 결과를 '평시 군사법원 폐지 시 우려 사항 검토, 국방부 입장 수렴 등 다양한 의견 논의'라 왜곡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또 "'25일 예정된 정기 전체회의 안건지에 따르면 국방부는 명시적으로 '평시 군사법원 폐지 반대'가 국방부의 의견임을 밝히고 있다"고 했다.
군인권보호관 설치에 대해서도 "위원회 출범과 동시에 '군인권보호관' 설치를 우선 논의 안건으로 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첫 의결 안건으로 '군인권보호관 제도 도입 요청과 그 구성원칙 결의안'을 의결했다"며 "그러나 국방부는 국회의 입법 논의 과정에서 위원회의 권고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았고, 권고에 명시된 실효적 권한들이 대부분 빠진 법안에 편승하는 기만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군에 이어 해군에서도 상관의 성추행으로 부사관이 극단적인 선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위원회가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했지만, 서욱 국방부 장관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등이 별다른 설명도 없이 출석하지 않은 사실을 밝히며 "연이어 두 사람의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여전히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으로 사건을 대하는 국방부의 태도에 위원회를 통한 개혁에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들은 "국방부가 대통령의 의지에 충실히 따랐다면 위원회는 군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유의미한 플랫폼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방부는 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며 위원들을 들러리로 전락시켰고, 개혁을 방해했다"고 했다.
아울러 "두 달간의 위원회 활동을 통해 군이 스스로를 개혁할 수 없다는 명제를 다시 통감한다"고 꼬집으며, 국회를 향해선 "무엇이 죽음의 행렬을 멈추고, 군 인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인지 헤아려야 한다"고 했다.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지난 6월28일 출범한 합동위는 총 4개 분과 80여 명으로 시작했다. 이후 위원들의 사퇴가 이어지며 지금까지 총 14명이 사퇴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뒀지만, 대부분은 합동위의 운영 방식 등에 불만을 제기하며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국방부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