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가 '긁지 않은 복권'으로 불리며 크게 관심받고 있지만, 합병에 성공한다고 해서 반드시 '대박' 수익률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 대상 기업에 따라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어 당국과 유관기관은 스팩 합병시 증권신고서를 잘 살피고 투자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스팩과 합병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기업은 총 14곳이다. 이들의 주가 추이를 살펴본 결과, 일부 종목은 스팩 공모가액인 2000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스팩은 기업 인수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다. 투자자들은 스팩이 상장 3년 이내에 내실 있는 사업을 영위하는 인수 대상 기업을 찾으리란 기대감으로 투자한다. 어느 회사에 투자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블라인드 펀드와도 개념이 비슷하다.
탄탄한 기업을 인수하는 데 성공할 경우 합병 후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 스팩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긁지 않은 복권'이라고도 불린다. 혹시 청산되더라도 투자자들은 공모가액 2000원 내외의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어 리스크가 크지 않은 편이다.
다만 껍데기에 불과한 단계의 스팩주들이 최근 1만원 이상으로 치솟는 등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어 당국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높은 가격에 투자했다가 합병이 무산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후 합병이 되더라도 합병가액이 2000원 선에서 결정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스팩은 특성상 합병 전 2000원대를 잘 벗어나지 않지만, 지난 5~6월 상장한 삼성스팩4호와 삼성머스트스팩5호의 주가는 1만2000원을 넘어섰다. 삼성 스팩들이 그간 좋은 기업을 인수해왔다는 이력에 투자자 기대감이 커진 까닭이다. 두 종목은 지난 25일에도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다음날 다시 주가가 빠지는 등 널뛰기를 지속하고 있다.
두 종목을 포함해 최근 6개월 사이 상장한 스팩 10개의 주가를 살펴본 결과 최고가 평균은 6217원에 달했다. 합병 무산시 돌려받을 수 있는 기대 금액(2000원)을 크게 넘어선다.
하지만 합병에 성공해도 반드시 '대박'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스팩주가 이례적으로 공모가액의 4~5배까지 치솟는다고 해도, 합병 성공 후 역으로 하락 전환해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거나 손실이 날 우려가 있다.
지난해 스팩 합병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TS트릴리온(317240)과
와이즈버즈(273060)는 각각 지난 26일 종가 기준 1130원, 1855원에 거래되고 있다. 실체가 있는 기업을 인수합병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모가액 2000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원바이오젠(2110원), 엠에프엠코리아(2550원), 비올(2270원), 윈텍(2690원) 등 5개 기업의 주가는 3000원 미만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은 스팩주 묻지마 투기 자제를 당부하는 동시에 인수합병 단계를 앞둔 스팩주의 옥석 가리기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팩이 합병하는 경우 반드시 증권신고서를 참고해야 합병 대상 법인에 대해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현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장부장은 "스팩 합병 후엔 실적, 내실, 배당, 증자 등에 따라 주가가 달라진다"며 "인수합병이 매력적이지 않은 스팩 투자자들의 경우 주식매수청구권(반대매수)을 행사하고 투자금을 회수해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