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병력을 모두 철수한 직후부터 탈레반과 반(反)탈레반 저항 세력의 교전이 본격화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 수도 카불 북부 판지시르 계곡의 쇼툴 지역을 재점령했다. 판시지르는 과거 소련에 항전한 아프간 민병대의 거점 지역이다. 현재는 아프간의 '국부'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인 아흐마드 마수드가 반탈레반 저항세력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을 이끌고 있다.
이틀 전 탈레반이 이곳으로 병력을 추가로 지원했고 교전이 벌어져 양측에서 사상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파힘 다쉬티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 대변인은 로이터에 “판지시르 계곡 입구에서 일어난 교전으로 탈레반 대원 8명이 사망하고 NRF 저항군 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아프간 현지 톨로뉴스는 이날 탈레반이 판지시르주(州)의 도로와 통신망을 차단하면서 공세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지난 22일 이곳에 병력을 보낸 뒤, 교전을 피한 채 저항군과 협상을 벌여왔지만 미군 철군 종료 시점에 맞춰 공격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탈레반 지도부는 이날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지역이 평화를 찾았는데 왜 판지시르 주민들만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는 내용의 메시지를 냈다. 온라인에 공개된 메시지에서 탈레반 지도부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도움을 받고도 아무것도 못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저항을 멈추고 투항을 권유했다.
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아프간 전황 분석 사이트 롱 워 저널은 “판지시르는 탈레반이 주도(州都)를 무너뜨리지 못한 유일한 지역으로 판지시르를 거점으로 한 반탈레반 세력이 인접한 파르완으로 세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판지시르는 페르시아어로 ‘다섯 사자’라는 뜻이다.
WSJ은 판지시르 계곡 외에도 시아파 소수민족 하자라족의 거주 지역인 와르다크와 다이쿤디에서도 산발적인 충돌이 계속됐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수도 카불 북부 판지시르 계곡의 쇼툴 지역을 재점령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