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집값 상승, 남 탓 아닌 반성이 필요하다

입력 : 2021-09-05 오전 6:00:00
‘최고가격 경신 자체 이외에 최고가격 경신 관련 언론보도 역시 개인들의 기대와 행태에 영향을 미치며, 서울 및 강남3구의 경우 2017년 이후 언론보도의 영향이 더욱 커짐.’
 
복잡해 보이지만 요약하면 간단하다. ‘집값 상승은 언론 때문이다.’
 
이 한 문장은 부동산 시장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시장에선 ‘반성 없는 정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같은 결론을 낸 곳이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2014년부터 올해 3월까지의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평균가격과 최고가격, 최고가격의 경신 여부, 전체 거래건수, 최고가격 경신 관련 언론의 보도건수 등이 집값 상승 관련 기대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국토연은 2017년 이후 서울에서는 최고가격 경신과 이를 다룬 언론보도가 늘었고,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이들의 비율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과 강남3구의 거래에서는 개인들의 기대가격 형성에 최고가격 경신 그 자체보다 그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결론 지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나서서 집값 상승의 원인을 언론이라고 지목한 셈이다.
 
그간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직접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실수요자 보호, 투기세력 근절이라는 선의를 내세우면서 부동산 시장에 곳곳에 규제를 깔았고, 지금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집값이 널뛰자 정부는 공공주도의 공급대책을 꺼냈다. 그러나 민간을 활용한 공급 방식에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시장 자율의 순기능은 믿지 못한다는 의미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정책 실패가 아니라 투기수요 때문이고, 불안감을 못 이겨 서둘러 집을 사려는 국민 때문이란 게 정부의 인식이다. 정작 규제 지뢰를 밟고 피를 보고 있는 이들은 자금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이다.
 
정부는 늘 남 탓만 했다. 수요가 움직이는 배경, 달리 말해 집값 상승 기대감을 키운 건 시장을 꼬아버린 정부 규제 때문이란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규제를 강화하면 곧바로 규제를 덜 받는 가격대의 주택으로 수요가 몰렸고, 임대차3법을 도입하자마자 전셋값이 가파르게 뛰었다. 
 
규제를 쏟아낸 현 정부 4년 동안 부동산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규제를 꺼내면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투기세력 탓이니, 언론보도 때문이니 하며 남 탓으로 화살을 돌리는 건 책임회피성 변명에 불과하다. 규제 기조 정책을 유지한 4년 동안 성과가 없다면, 지난 시간을 반성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
 
아울러 국토연의 ‘언론 탓’ 연구에서 ‘언론중재법’을 추진하는 여당이 겹쳐 보이는 건 단순한 기분 탓이길 바란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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