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서윤·이민우 기자] 정부가 수도권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로 늘리고, 모임 제한 인원을 ‘조건부’ 완화했으나 기존 방역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식당·카페 영업시간은 지난달 23일부터 2주간 오후 9시로 단축 후 다시 오후 10시로 환원한 것 뿐, 오히려 불만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임 제한 완화의 경우도 인구 대비 34.6%에 불과한 2차 백신 접종 완료자를 조건부로 내민 만큼, 사실상 접종 인센티브를 누리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엄중한 상황에 오히려 완화의 시그널로 비춰질 수 있다며 추석 연휴 이동량 급증 등 확산세 폭증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강화가 필요한 만큼, 효과가 떨어지는 방역수칙의 보완책을 주문하고 있다. 반면, 접종 인센티브를 점차 확대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6일부터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가 내달 3일까지 연장된다. 단, 수도권 등 4단계 지역의 경우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다시 늘어난다. 또 수도권의 식당·카페에서는 예방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6인까지 사적모임이 가능해진다. 다만, 오후 6시 이전에는 접종 완료자가 2명 이상, 오후 6시 이후에는 4명 이상 포함된 조건부다.
접종 완료자란 백신 접종 권고 횟수를 모두 맞고 2주가 지난 사람을 말한다. 얀센의 경우 1회, 아스트라제네카(AZ)와 화이자, 모더나 백신은 2회 접종자다.
이에 따라 1차 접종자와 미접종자만 모일 경우에는 6인까지 모일 수 없다. 기존처럼 오후 6시 이전 4명, 이후에는 2명까지만 가능하다. 3단계 지역은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한 사적모임 8인이 허용된다.
추석 연휴가 있는 17일~23일 4단계 지역은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하면 8명까지 가족 모임이 가능하다. 그러나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친 사람은 총 1774만3649명으로 인구 대비 34.6%에 불과하다. 현재 백신별 누적 접종 완료자는 아스트라제네카 125만5604명(교차접종 156만7961명 포함), 화이자 610만1678명, 모더나 12만225명이다.
저녁 자리의 경우 접종 완료자를 끌어오기 위해 모르는 사람끼리 일명 '번개모임'을 주선하지 않으면 사적모임 8인 자리가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번 대책이 자칫 완화 시그널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2차 백신 접종 여부와는 상관없이 방역수칙을 위반한 사적모임 가능성 등 추석 이후 확진자 폭증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젊은 청장년층의 본격적인 접종 시작도 불과 열흘 밖에 되지 않는다. 연장된 거리두기가 끝나는 내달 3일은 만 18~49세의 1차 접종이 겨우 끝나는 시기다. 이들의 2차 접종 간격을 앞당기지 않고 6주로 할 경우 접종 완료 시기는 11월 이후가 된다.
추석 전까지 접종이 완료되는 연령층은 고령층과 사회필수인력, 일부 잔여백신으로 접종한 국민뿐이다. 청주시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0세) 씨는 "방역을 강화하려면 확실히 몇주간 통제를 하던가, 영업시간을 한시간 늘려주는 척 이런식으로 하면 죽도 밥도 안된다. 먹고살기 힘든 상황에 농락만 당하는 기분"이라고 성토했다.
이번 조정안을 두고 전문가들도 성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껏 공적모임이나 공공장소의 인원은 제한하지 않고 사적모임만 제한하고 있다. 인원 제한을 몇 명 늘렸으나 이전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도권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는 상황에 영업시간을 늘린다면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석 가족모임 정도만 허용하되 영업시간 완화는 아직 이르다"며 "확산세가 폭증한다면 향후 자영업자들의 방역에 더 고삐를 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번 조정안에 대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재욱 교수는 "현행 거리두기를 전면 개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향후 백신 접종률이 오르면 '위드 코로나'로 가야하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적절한 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것은 필요하되 한시적으로 효과가 떨어지는 방역수칙들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보다 치명률을 낮추는 새로운 방역체계를 말한다. 일일 확진자 발표 방식에서 벗어나 백신 접종을 늘리는 쪽에 포커스를 두고 중증화율·사망률을 관리한다. 현재 싱가포르,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 주요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했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수도권 식당·카페 영업시간이 오후 10시로 늘어나는 등 일부 방역수칙이 완화된다. 사진은 거리두기 조정안에 따른 전문가 의견. 표/뉴스토마토
세종=정서윤·이민우 기자 tyvodlo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