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넘은 촉법소년 범죄)①사법체계 조롱하는 어린 범죄자들

촉법소년 범죄 매년 증가…수법도 잔혹·지능화
"난 촉법소년, 처벌 안 받아"…'범죄 무감각' 경향
소년·성인 범죄자들, 촉법소년 시절과 인과관계
외국서도 골머리…'연령기준 하향' 해답 안돼

입력 : 2021-09-0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끊이지 않는 청소년 범죄를 두고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패륜범과 잔혹범 등 죄질이 더 악화되면서다. 촉법소년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관심 밖으로 밀려나 표류할 때가 적지 않았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 둔 상황에서. 대선후보는 물론 국민의 집중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토마토는 촉법소년 범죄의 최신 경향과 입법 상황·대선 후보들의 공약·전문가들의 의견으로 촉법소년의 쟁점과 대안을 3회에 걸쳐 전한다.<편집자주>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MBC 뉴스에 보도된 촉법소년 성추행 피해자 엄마입니다'라는 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이 사건은 성추행이 아닌 유사강간"이라며 방송에 싣지 못한 피해 내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신고 당시에는 만 14세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만 14세가 넘었다"며 "단 두어 달 때문에 촉법소년법 처벌을 받는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며 관련법 폐지 또는 개정을 청원했다.
 
지난달 5일에는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10대 촉법소년이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중태에 빠트렸고, 같은달 30일에는 대구에서 고등학생이 자신의 할머니를 흉기로 목숨을 앗아간 일도 있었다.
 
최근의 촉법소년들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들이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른바 '촉법소년 찬스'를 쓴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서울의 한 대학교 온라인 수업에 무단 침입한 A군은 강의 중인 화면에 음란사진을 올리고 대화창에 각종 욕설과 혐오 표현을 도배했다. 강의 중인 교수가 법적 대응을 경고했지남 A군은 "나는 촉법소년이라 법적 대응이 안 통한다"고 조롱하며 약 30분간 수업을 방해했다. 
 
촉법소년에게 딸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이 적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촉법소년 문제는 이후 해당 소년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도 가볍게 볼 것이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년 재범자 2만1224명 중 4범 이상이 8929명(42.1%)에 달했다. '전자발찌 살인마' 강윤성이 17세 때 처음 범죄를 저지른 이후 제대로 교화되지 않은 점도 시사점을 준다. 촉법소년 시기는 아니지만 인과관계가 크게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7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이 처음 소년 사법체계로 들어가기까지 그 앞의 비행 행위가 많다"며 "이미 검찰이나 법원 단계로 넘어왔을 땐 아이들 비행이 장기화되거나 심화된 아이가 많기 때문에 그 단계에서 처우하기도 상당히 어렵다. 초기 비행 진단과 개입이 더 많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년범죄 4년 새 두배 가까이 늘어
 
소년범죄는 매년 증가 추세다. 대검찰청의 '2020 범죄분석'을 보면, 소년 강력범죄(흉악) 발생비는 2015년 소년 인구 10만명 당 28.2건에서 2019년 43.2건으로 증가했다. 만10세~만13세인 촉법소년도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7364명이던 촉법소년 범죄 규모는 2020년 9176명으로 증가했다.
 
촉법소년은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범죄에 대해 처벌받지 않는다. 14세~18세를 검찰이 기소하면, 가해자가 초범일 경우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다뤄지고 소년원 송치를 피할 수 있다. 법정형으로 장기 2년 이상 유기형에 해당하면 소년원에 송치될 수 있다. 초범은 보호자 감호 위탁이나 사회봉사, 수강 명령, 보호관찰이나 소년의료 보호시설에 갈 수 있다.
 
최근 3년간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 증가 현황. 자료/경찰청
 
처벌 연령 조정 큰 효과 없어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우선 거론되는 것이 연령을 낮추는 방안이다. 그러나 학계에선 외국 사례를 볼 때 처벌 연령 조정이 범죄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18년에 낸 '소년강력범죄에 대한 외국의 대응동향 및 정책 시사점 연구'에 따르면 일본은 소년 형사처벌 연령이 14세, 소년원 송치연령이 12세지만 소년범죄가 줄었다는 평가가 없다고 한다.
 
일본은 2007년 소년원 송치 연령 하한을 14세 이상에서 12세 이상으로 낮췄다. 2014년에는 무기형의 완화형으로 선고될 수 있는 유기형 상한이 15년에서 20년으로 늘었다. 형기를 보면, 장기 5년을 초과하는 형기 선고 비율은 1990년대 10% 전후였다. 2000년대 이후에는 40%대를 넘어섰다. 일본은 범행 당시 18~19세인 경우 사형이 금지되지 않는다. 2016년 6월 일본 최고재판소는 18세 때 친구를 살해한 범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미국의 형사책임 최저 연령은 주별 7세~10세로 다양하다. 소년사건 적용 연령 기준 상한은 15세~17세까지다. 일부 주는 담당 검사가 소년법원이 아닌 성인법원에 송치할 결정권을 준다. 1990년대 미국은 대부분 주에서 소년범죄자를 소년법원에서 형사법원으로 쉽게 이송할 수 있는 법률, 소년사건기록 비밀유지 수정이나 삭제 법률 등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12세 이하 청소년의 재산 범죄율은 줄었다. 1980년~2010년 주거침입은 66%, 절도는 82%, 방화는 43%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총기(101%)와 마약(103%)범죄는 두 배로 늘었다.
 
형사책임 연령이 10세부터인 영국에서도 소년범죄는 여전히 사회문제다. 15년 전 잉글랜드와 웨일스 통계를 보더라도 2006년 이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 중 2840건이 10세 미만 어린이가 저지른 범죄다. 방화나 주거침입이 대부분이지만 성범죄도 66건이나 됐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이 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범종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