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정부의 기준금리 인상 카드와 비좁아진 가계대출 문턱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6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의 경우는 코로나19 자금 수요 여파로 8월 증가액을 기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8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46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2000억원 증가했다. 상승폭은 전월 증가폭인 9조7000억원보다는 축소됐다. 공모주 청약 증거금 신용대출 등 일시적 영향이 사라진 여파다.
지난달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려졌다. 전세자금대출이 2조8000억원 증가하면서 전체 주택담보대출은 5조9000억원 늘었다. 이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4년 이래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주택 매매·전세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된 데다, 집단대출 취급이 이어지면서 전월과 비슷한 규모로 증가한 요인이다.
반면,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의 증가세는 둔화세를 맞았다. 7월 3조6000억원으로 늘었던 기타대출은 지난달 3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HK이노엔 공모주 청약 증거금이 반환된 데 따른 것이다.
기업대출은 7조9000억원 증가한 1041조3000억원이다. 이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중소기업대출은 7조5000억원 늘어난 86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금융 지원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설자금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대기업 대출은 3000억원 늘어난 17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 말 일시상환분 재취급,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 등에 따라 대기업 대출이 영향을 받았다.
회사채 발행은 2000억원 감소했다. 주식발행은 6조6000억원 증가했다. 대출이 아닌 은행의 수신 잔액은 8월 말 기준 2057조5000억원으로 7월 말 대비 24조6000억원 늘었다.
수신 종류별로 보면, 단기자금 성격의 수시입출식예금은 지방자치단체 교부금 유입 확대 등으로 증가전환하면서 16조3000억원이 유입됐다. 또 정기예금은 일부 은행의 예대율 관리 등을 위한 예금 유치 등으로 8조4000억원 늘었다.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지난달 10조원 감소했다. 국고여유자금 회수 여파로 머니마켓펀드(MMF)가 18조1000억원 줄어든 탓이 컸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현재 주택 관련 수요, 생활 관련 자금 수요, 투자 수요 등이 크게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출 수요가 급격히 둔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8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46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2000억원 증가했다. 사진은 하나은행 본점 영업부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