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 시대, 안녕들하십니까?)①카카오 공화국·쿠팡 천하…승자독식 만연

카카오 '문어발식 확장'에 골목상권 침해 논란 불 붙어
초기 플랫폼 기업, 네트워크 효과 누리기 유리해…후발주자 뒤집기 쉽지 않아
다양한 플랫폼 분쟁 진행 중…"시대의 흐름, 무조건 막을 수는 없어"

입력 : 2021-09-09 오전 6:00:00
바야흐로 '플랫폼 경제 시대'다. 스마트폰의 출현과 함께 등장한 플랫폼 경제는 플랫폼에 의해 촉진되는 경제와 사회 활동을 의미한다. 플랫폼은 일반적으로 온라인 중개자(matchmaker) 혹은 기술 프레임워크를 지칭하지만, 대개는 디지털 중개자의 형태가 가장 많다. 카카오T 택시, 배달의민족, 직방, 야놀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모두 이에 속한다. 

플랫폼 경제는 우리의 삶을 비약적으로 바꿔놓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음식 배달도, 택시 잡기도, 심지어는 변호사를 구하는 것까지도 기존의 수고스러움을 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폐단도 적지 않다.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혹은 밥그릇을 빼앗길까 우려하는 기존 플레이어들과의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플랫폼 기업들이 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에 대한 과도한 비용 전가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경제는 어떠한 방향으로 진화를 해야 할까.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플랫폼 경제의 모습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158개다. 지난 2015년 45개에서 약 5년 사이 4배 가까이 늘었다. 카카오의 계열회사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까지 118개였던 카카오 계열사는 1분기 말 139개, 상반기 말 158개로 3개월마다 20개 안팎으로 증가했다. 
 
일상 생활 속 카카오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이 선봉이 돼 카카오의 서비스들을 우리 생활 곳곳에 침투시켰다. 압도적 사업자가 된 택시는 물론이고 대리운전, 꽃배달, 영어교육, 미용실, 은행, 보험에 이르기까지 고루 퍼져있다. "라이언(카카오 캐리터)만 얹으면 대박이 난다"는 우스갯 소리를 흘려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나 카카오가 진출한 대다수의 영역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중심이 되는 곳이라 '골목상권 침탈' 논란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는 이미 일상의 많은 부분에 침투해 있다. 카카오톡 메신저에 나타난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 모습. 사진/김진양 기자
 
카카오의 이 같은 무분별한 확장에 서치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미국에서 '아마존 당하다(Amazoned)'라는 말이 생겨난 것처럼 한국에서도 '카카오 당하다'라는 말이 생겨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진단했다. '아마존 당하다'라는 표현은 어떤 사업 영역에 아마존이 진출함으로써 기존 사업자들이 존폐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상황을 일컫는 신조어다. 
 
서 변호사는 "어느 한 분야에서 초창기 우위를 점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후발주자가 이미 형성된 네트워크 효과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초창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자금력이 소요된다"고 승자 독식 구조가 형성되는 원리를 설명했다. 다시 말해 초기 진입자가 100억원을 투자해 점유율을 높였다면 후발 주자는 1000억원을 들여도 점유율 1%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이 온라인 플랫폼이란 얘기다. 더욱이 투자금은 선두주자에게 쏠리는 경향이 있어 한 번 형성된 경쟁 우위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다. 
 
그는 "카카오는 주로 내수 시장에 집중하는 기업이다보니 한국 시장만 본다면 아마존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매우 크다"며 "국내 스타트업들 중 카카오톡의 진입장벽을 넘지 못하고 사라져버리는 곳이 이미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플랫폼 기업의 문제가 비단 카카오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커머스 영역의 쿠팡, 음식 배달 분야의 배민은 이미 슈퍼앱으로 진화한 지 오래다. '로켓배송'을 앞세워 입지를 다진 쿠팡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 '쿠팡 플레이', 음식 배달 서비스 '쿠팡 이츠', 신선식품 등의 새벽배송 '로켓프레시', 식자재 유통 '쿠팡 이츠 딜', 휴대폰 직판 서비스 '로켓모바일' 등의 서비스를 추가했다. 배민도 음식 배달, 포장 주문 등에 그치지 않고 'B마트', '배민상회' 등으로 활동 영역을 지속 확장 중이다. 
 
오프라인 중심의 기존 플레이어들은 '신기술, 혁신' 이란 옷을 입고 진격하는 플랫폼 기업이 달라울 리가 없다. 플랫폼에 종속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물론 변호사, 세무사, 의사 등 전문 영역의 종사자들도 단체 행동으로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막으려한다. 새로운 형태의 택시로 주목받았던 '타다'가 택시 단체들과의 갈등으로 결국 영업을 종료하게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도 법률 플랫폼 로톡이 대한변협과, 미용 의료정보 플랫폼 강남언니가 의사협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비대면 진료 및 처방 약 플랫폼 닥터나우도 대한약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플랫폼의 경우 혁신 노력 그 자체에 대한 폄훼로 사업을 제대로 펴기도 전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거대 플랫폼이 기존 플레이어들을 도태시키거나 종속시키는 것을 목격한 업계는 새로운 서비스나 플랫폼에 배타적일 수밖에 없다"며 "또 하나의 공룡이 나타나는 것을 막자고 모든 혁신의 움직임을 방해해서는 안될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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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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