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가 충전시설 의무화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충전 인프라 부족은 전기차 보급 확대의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충전시설 확대 방안이 나오면서 관련 시장을 향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아파트 100세대 이상과 공중이용시설·공영주차장 등에서 총 주차면수 50면 이상인 곳은 전기차 충전시설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미설치 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27일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10월 6일까지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골자는 주거지와 생활환경을 중심으로 전기차충전기 확산을 가속화하기 위해 전기차충전시설 의무설치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공공시설은 법 시행 후 1년 이내에, 공중이용시설은 2년 이내에, 아파트는 3년 이내에 설치해야 한다. 수전설비의 설치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시·군·구청장과 협의해 법 시행 후 4년까지 기한 연장이 가능하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신축 아파트뿐 아니라 구축 아파트에도 일정 비율의 전기차 설치를 의무화 하는 친환경자동차법 개정안도 공포한 바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에 기준이 개정됐기 때문에 대기업이나 정부 공공기관이나 공통으로 충전인프라 확대에 상당한 노력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결국은 전기차 보급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충전기 부족 현상이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충전 인프라에 대한 정책적 지원 방안이 제시되면서 기업들의 시장 합류도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급속 충전은 전기차 제조사인
현대차(005380)그룹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충전 인프라 브랜드인 E-Pit을 공개한 후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 72기 충전기를 운영하고 있다. 올 하반기 인천, 대전, 제주 등 연말까지 주요 도심 거점에도 8개소(48기)를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 구비된 전기차 충전기 사진/조재훈 기자
한국전력(015760)과 카카오모빌리티는 '전기차 충전 플랫폼 구축을 위한 서비스 개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내비와 '차지링크(ChargeLink)'를 연계해 운행 경로상 최적의 충전소를 찾아주고 결제까지 가능한 '차징플래너'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SK(034730)는 전기차 충전시스템 설치와 시공, 관련 장비 제조·판매사업을 하는 시그넷이브이(EV)를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지난 12일 공시했다. 2016년에 설립된 시그넷 EV는 350kW 초급속 충전기를 개발해 2018년 세계 최초로 미국 인증을 획득한 글로벌 선도 기업이다. SK그룹은 이를 통해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공공과 민간이 협력한 전기차 충전 서비스도 출시됐다.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한국자동차환경협회의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제공하고 해당 정보를 티맵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에서 내비게이션, 모바일 앱 등에 결합해 소비자들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충전소 고장제보 및 상황 정보 표시 서비스가 시행될 예정이며 연말까지 충전기 최적 경로 탐색 및 예약정보을 제공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QR페이, 플러그앤차지와 같은 스마트 결제 방식도 도입된다.
일각에서는 주요 도심 거점, 거주지 외 다양한 곳에도 충전기가 신속히 보급돼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국 어디에서나 쉽고 편하게 충전할 수 있는 공공 충전기 보급을 늘려나가야 한다"며 "휴게소, 관광지 등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면서 충분히 설치해나가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급속 충전기는 비용을 올려서 주유소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