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0일 관련자들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을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지 이틀만에 전격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가 이날 오전 압수수색한 곳은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자택과 사무실, 주요 사건관계인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자택과 의원실 등이다.
공수처가 이번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은 사태 초기부터 제기됐다. 사세행의 고발은 이 가능성을 구체화 한 대목이다. 이후 시민단체 20곳도 공동으로 윤석열 전 총장, 손준성 보호관, 김웅 의원을 직권남용, 공무상기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공수처에 제출했다. 공수처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날은 전날 9일이다. 고발인 조사를 마친 뒤 곧바로 손 보호관 등을 입건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검찰이 진상조사에 머물고 있는 사이 공수처가 치고 나온 것은 사안의 중요성과 함께 자칫 증거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의혹의 핵심인 손 보호관은 의혹 제기와 함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뒤 입을 다물고 있다. 대검찰청 감찰부가 손 보호관이 지난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시절 사용하던 업무용 PC를 분석 중이지만, 일주일 가까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가 의혹의 핵심인 사건의 성격상, 검사 범죄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결국 나서야 한다는 내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의 범죄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에 대해 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공수처의 압수수색에 대해 진상조사를 진행하는 대검찰청 감찰부는 "공수처 수사와 중첩되지 않는 범위에서 절차대로 진상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향후 공수처의 요청이 있으면 최대한 수사에 협조할 방침"이란 입장을 냈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가 국민의힘 김웅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 중인 10일 김 의원이 택시를 이용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