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4차 산업혁명으로 피아노 연주자를 키워낼 수는 없잖아요."
이번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탈락한 A 예술대 관계자는 "전문예술인을 키워내는 도제식 교육은 획일화된 종합대학교 평가 기준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며 "교육과정 개편과 4차 산업혁명을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이 획일적이라는 평가가 미선정 예체능계 대학들을 중심으로 나온다. 지난 2018년 2주기 평가에서 대상이 아니던 예체능계는 희망 대학에 한해 3주기 평가에 편입됐다. 교육부는 예체능계 특성을 감안해 취업률을 평가 지표에서 제외했으나, 사각지대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강선 계원예술대 부총학생회장은 지난달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기자회견에서 "화훼디자인과는 계원예술대에서 유일하게 예술 디자인 계열이 아닌 농업 관련으로 분류돼 취업률 평가가 이뤄졌다"며 "화훼디자인과는 명실상부 ‘디자인과'이지 식물을 개량하고 재배하는 등을 배우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성 평가가 제멋대로라 믿을 수 없다는 비판도 거세다. 유사 사업이나 2주기 평가보다 점수가 낮아진 점을 납득할 수 없다거나, 정량 평가에서는 우수했는데 정성 평가가 당락을 결정지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인하대학교의 경우 대학자율역량 강화지원사업(ACE+)에서 수도권 1위를 기록하고 2018 대학 기본역량진단의 정성 지표인 교육과정 영역에서 92.77점을 받았다가 이번 평가의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지표에서는 백분율 기준 67점을 받았다. 정량 지표인 학생 충원율과 졸업생 취업률은 100점 만점을 받은 상태였다. 미선정 대학 중 총 47개 대학교가 정성 지표 등과 등과 관련해 이의신청을 제출할 정도였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의 불만이 갈리는 지점도 있다. 수도권에서는 수도권 역차별이 평가에 작용했다고 이야기가 나온다. 권역별 평가로 들어간 대학 비중이 2기에서 83.3%였다가 이번에는 지방 동반성장과 균형발전 취지가 반영돼 90%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권역별 평가는 1기 평가에서 지방대가 불리했다는 불만이 일어나자, 교육부가 권역별 상생 발전 및 지방대 육성을 위해 2기에서 도입한 지표다. 지역을 세부적으로 보면 △수도권 △대·경·강원권 △부·울·경남권 △충청권 △호남·제주권 등 5개 권역이다.
이에 반해 지방대는 권역별 평가의 효능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군산대 관계자는 "지역 안배했으면 정량적인 값이 어느 정도는 반영되고 영향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량이 권역 평균 점수를 상회했는데도 정성 때문에 지원 못 받았다. 수도권 역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3주기 평가가 지난 2019년 이미 안내됐고 대학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해오고 있다. 교육부는 연말에 세부적인 진단 보고서를 대학들에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해 4월14일 서울의 한 대학교 음악대학 레슨실에서 마스크를 쓴 교수와 학생이 3.5m간격을 두고 성악 실습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