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의 아이오닉5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유럽에서 판매량이 확대되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5월 출시된 아이오닉5의 판매가 본격화하지 않은 만큼 하반기 실적은 더 좋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유럽 자동차조사업체 JATO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지난 7월 아이오닉5는 유럽에서 1931대가 팔려 같은 크로스오버 전기차인 BMW iX3(1472대)와 아우디 Q4 e-트론(1207대)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현대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
아이오닉5는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5월부터 강세를 보였다. 5월 242대가 판매된 이후 6월과 7월 각각 1128대로 급성장했다. 특히 공급이 안정세에 접어든 7월 판매량은 Q4 e-트론과 iX3보다 월등히 높다.
아이오닉5는 유럽에서 한국과 동일하게 72.6㎾h 배터리가 장착된 롱레인지와 58.0㎾h의 스탠다드 두 가지 모델로 판매된다. 국내서는 1회 충전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 429㎞를 인증 받았지만 유럽 기준(WLTP) 최대 481㎞로 확대됐다.
긴 주행거리와 함께 공간 활용성이 아이오닉5의 강점으로 꼽힌다. 앞바퀴와 뒷바퀴 축 사이 거리인 휠베이스(축거)는 3000㎜로 iX3(2864㎜), Q4 e-트론(2764㎜)보다 길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자이퉁은 아이오닉 5, BMW iX3, 아우디 Q4 e-트론 등 3개 차종을 5개 항목(차체, 파워트레인, 주행 안정성, 주행 다이내믹, 친환경·비용)으로 나눠 비교 평가해 아이오닉5를 1위로 평가하기도 했다.
아우토자이퉁은 "아이오닉 5는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과 함께 기술적으로도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며 "초고속 충전기술과 긴 보증기간이 동급 모델 중 가장 돋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이오닉5의 높은 상품성으로 유럽에서 초반 돌풍을 보이고 있지만 기존 현대차가 쌓아온 전기차 신뢰가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3분기 유럽 주요국 전기차 총 판매 실적. 현대차가 전체 3위, 기아는 4위를 기록했다, 모델별로는 기아 니로EV가 4위에 올랐다. 사진/EU-EVs
유럽 주요국 전기차 통계 전문 사이트 EU-EVs에 따르면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에서는 현대차가 8월 한달간 2160대(점유율 7.5%)의 전기차를 판매해 폭스바겐(7457대), 테슬라(3810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1~8월 누적 판매량 역시 1만6347대로 폭스바겐(4만9117대), 테슬라(1만8067대)에 이어 3위다. 아이오닉5도 783대(10위)가 팔려 7월에 이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아이오닉5 판매가 시작된 노르웨이의 경우 8월 629대가 팔리며 전기차 판매 6위를 기록하는 등 총 949대(점유율 7.7%)의 전기차를 판매해 4위에 올랐다.
기아(000270)도 유럽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난 7월 스웨덴에서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한 기아는 8월 799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16.7%를 기록했다. 1~8월 누적으로는 총 3921대를 팔아 폭스바겐(6403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모델별로는 8월 니로EV가 731대 판매돼 폭스바겐 ID.4(553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유럽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판매된 시장이다. 지난해 약 136만5000대의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가 팔리며 133만7000여 대의 전기차가 팔린 중국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탄소중립 정책으로 내연기관차 퇴출이 빨라지고 친환경차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현대차도 전용 전기차 판매를 적극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2035년까지 유럽 시장에서 판매하는 전 모델을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로만 구성할 방침이다. 기아는 다음달 첫 전용 전기차 EV6를 유럽에 출시할 계획이다. 제네시스도 연내 G80 전동화 모델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오닉5의 경우 유럽뿐만 아니라 조만간 미국 시장에도 출시될 예정이어서 연말로 갈수록 수출 확대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내수와 수출 모두 울산에서 생산되는 만큼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변수"라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