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 지하철이 파업 위기를 넘겼지만 무임수송으로 인한 만성 적자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14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날 교섭에서 구조조정 계획이 철회되며 총파업은 취소됐다. 다만 만성 적자를 유발하는 무임수송 문제가 남았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향후 서울시와 국회로부터 공익서비스 비용을 복지로 인정 받아 관련 예산을 확보하거나 코레일처럼 손실 보전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모을 전략이다.
서울시 산하인 서울교통공사는 정부가 철도산업법에 따라 일정부분 손실을 보전하는 코레일과는 사정이 다르지만 같은 교통 복지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을 따르기 위해 65세 이상 요금 무료, 6년째 기본요금 동결, 환승 할인을 실행했는데 정부는 정작 부도위기에 직면한 우리를 외면했다"며 "적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무임수송 손실을 복지 예산으로라도 보전해 달라"고 주장해 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비 보전 없는 정부 무임승차 정책으로 인해 시민의 발이 멈추게 생겼다”며 "정부의 무임승차 정책 이행으로 발생한 재정 손실을 더는 지자체 부담으로 전가해서는 안 되며 정부가 직접 손실을 보전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만성 적자의 원인은 무임수송의 비중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경영효율화 방안은 직원들의 구조조정이 가장 유력했다. 행정안전부가 하반기 7200억원의 공사채를 발행해 주는 대신 자구안을 마련하라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에 경영효율화를 주문했고 전체 직원의 약 12% 규모에 해당하는 1971명의 직원 감축 방안이 나왔다. 공사채 발행 조건이 콕 찝어 구조조정은 아니었지만 인건비부터 줄이자는 서울시와 사측의 방안은 노조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노조 측은 직원 구조조정으로 절감하는 금액이 1300억원에 불과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되지 못 한다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당기순손실액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까지 5865억원 수준으로 지금처럼 부도 위기에 직면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승객 수가 30% 가까이 급감하며 적자는 89.9%가 급증한 1조1137억원이 됐다.
자금 유동성을 위해서는 공사채 발행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공사채는 노후 시설 개량이나 전동차 구입을 위한 목적으로 발행되지만 경영합리화를 위한 목적을 위한 발행은 행안부 신청에 앞서 서울시 승인 등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다소 복잡하다.
파업을 두고 노사가 갈등을 이어가는 동안 자금 유동을 위해 당초 9월 말로 예정됐던 공사채 발행은 미뤄지게 됐다. 그러나 노사가 합의체 구성을 앞두고 있는 만큼 서울시가 향후 행안부에 발행 기준 변경 등을 요청하면 11월에는 문제 없이 공사채 발행이 완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노사는 추석 이후 10월 중 노사협의체 구성을 위한 노조 조합원 투표가 마무리되는 대로 서울시와 정부를 상대로 공익서비스(무임수송) 손실에 대한 국비 보전을 촉구할 계획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파업 없이 노사 간에 경영 효율화를 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무임수송 국비 보전 같은 꼭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노사가 서울시와 긴밀한 공조 관계를 유지해 정상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14일 자정쯤 구조조정 철회에 합의하며 총파업을 취소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광화문역을 오가는 시민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