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에 구형된 사형, 존폐논란 속 교정·교화 과제도

검찰, 김태현에 사형 구형 "교화 가능성 없다"
여론은 사형제 유지·종신형 대체의견으로 엇갈려
"확정된 사형수 교화 프로그램 참여 필요" 지적도

입력 : 2021-09-1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과 그의 동생·어머니를 살해한 김태현이 다음달 12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이 구형한 사형은 존폐 논란과 함께 사형수 교화 문제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사형제 폐지는 세계적 추세다.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 폐지국은 108개국이다. 법적 또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은 144개국이다.
 
한국은 지난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국제엠네스티 등 국제사회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한다.
 
사형 집행은 멈췄지만, 사형제 폐지는 다른 문제였다. 유엔이 지난 2007년~2018년 사형집행 중단을 요구하는 7개 결의안을 냈는데, 한국 정부는 기권해왔다.
 
그러던 정부가 지난해 11월 유엔총회에서 사형집행 유예(모라토리엄) 결의안에 처음 찬성표를 내 주목받았다.
 
헌재 세 번째 판단 앞둔 사형제
 
사형제 위헌 여부도 국민적 관심사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접수한 사형제 헌법소원 청구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현재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후보 시절 사형제 폐지·검토에 긍정적인 의견을 밝힌 사람은 유남석 헌재 소장과 이석태·이은애·문형배 재판관이다.
 
앞서 헌재는 1996년과 2010년 사형제 합헌 결정을 냈다. 1996년에는 7대2였지만 2010년에는 5대4로 의견이 비등해졌다.
 
기관 간 의견도 팽팽하게 갈린다. 올해 초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에 생명 박탈 권한이 없고 범죄 억제 효과가 확실치 않다며 사형제 폐지 의견서를 헌재에 냈다. 법무부는 사형제가 필요악으로 기능한다며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여론은 사형에 우호적이지만, 대체 형벌 마련에도 관심이 높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일반인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사형제도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86.1%(매우 필요 31.6%, 대체로 필요 54.5%)에 달했다.
 
반면 사형제가 필요 없다는 응답은 13.2%(대체로 불필요 10.6%, 전혀 불필요 2.6%)에 불과했다.
 
사형제 유지 의견은 가족 중 사형수가 있다고 가정한 질문에도 72.1%로 높았다.
 
다만 사형의 대체 형벌로 절대적 종신형에 동의한다는 의견도 78.9%(매우 동의 42.5%, 대체로 동의 36.4%)로 사형제 찬성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종신형은 무기징역처럼 가석방 가능한 '상대적 종신형'과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으로 나뉜다.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지난 4월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형수 교정·교화 프로그램은 '관심 밖'
 
학계에서는 사형제 폐지와 대안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사형제가 범죄를 억제하는 위하력이 있다는 명확한 통계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0년 펴낸 '사형확정자의 생활 실태와 특성'에는 사형수 32명을 인터뷰한 결과가 나와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형수 대부분은 사건 당시 사형에 대한 두려움이나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처벌에 대한 생각을 했더라도 사건 이후였다고 답했다.
 
연구를 수행한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형제 폐지의 대안으로 가석방 가능한 종신형이나 무기징역 등을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사형 확정 판결을 받더라도 집행되지 않은 채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성적(급수 적용)에 의해 처우를 달리 받고 가석방 가능성도 생긴다면 교도소 내에서 열심히 살아서 교도 관리도 잘 될 것"이라며 "사람이 희망을 갖고 산다는 것은 존엄성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사형 확정 이후 교정·교화 문제가 장기적인 과제다. 연구에 따르면, 사형 확정자들은 미결수여서 직업훈련과 인문학·예술 강좌 등 다양한 교정·교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수용등급도 없어서 모범적인 수용생활을 할 동기도 적다.
 
김 연구위원은 "적어도 사형이 집행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그 안에서 삶의 다른 가능성 또는 개선의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4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인근에 생후 16개월 된 정인 양을 학대해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의 사형 판결을 촉구하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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