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에 연루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14일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재차 반박 입장을 냈다.
손준성 보호관은 이날 입장문에서 "수 차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본건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고발장과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사실이 결코 없다"며 "저로서도 어떤 경위로 이와 같은 의혹이 발생됐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공수처에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국정원장의 개입 의혹 등을 포함해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수사를 통해 저의 결백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최근에 공수처가 김웅 의원에게 본건 고발장을 보낸 사람이 저라고 확인해 준 것처럼 일부 언론에 보도되는 등 공수처 관계자의 피의사실 공표 행위가 의심되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손 보호관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지난해 4·15 총선 직전 2차례에 걸쳐 당시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였던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 검·언 유착 의혹 제보자에 대한 보도와 실명 판결문 등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손 보호관은 이와 관련된 보도가 나온 이후인 지난 6일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 자료를 김 의원에게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면서 이번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냈다.
손 보호관은 이 사건의 제보자인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조성은씨가 다수의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자신이 해당 고발장의 전달한 정황을 파악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자 다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조성은씨는 지난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텔레그램 대화방에 나타난 프로필 사진이 손 보호관과 같은 인물이었고, '손준성 보냄'이란 포워딩을 한 김웅 의원과의 대화 내용과 관련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손 보호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4개 혐의로 입건한 공수처는 같은 날 조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손 보호관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당시 영장에는 '손 검사가 성명불상의 검사에게 의혹을 받는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증거 취합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문구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공수처는 다음 날인 10일 검사 3명 등 총 23명을 투입해 수사 대상자인 손준성 인권보호관의 자택과 사무실, 주요 사건관계인인 김웅 의원의 자택 등 총 5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로 중단됐던 김웅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13일 다시 진행됐다.
현재 공수처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디지털 자료를 포렌식하는 등 압수물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증거 확보의 시급함과 증거 훼손의 우려 등의 이유로 신속히 강제수사에 돌입한 공수처는 충분한 내용을 확보한 후 관련자 소환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공수처는 필요시 조씨를 다시 불러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 보호관을 직접 불러 조사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공수처가 증거를 확보하는 상황에 따라 소환이 추석 연휴 이후에 진행될 수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여행을 준비하는 단계"라며 "더 많이 탄탄하게 준비하면 가는 길이 어렵지 않지만, 준비가 안 되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과속하지도 않고, 너무 비효율적으로 저속으로 가지도 않을 것"이라며 "정주행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종착지에 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국민의힘 김웅 의원 사무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마치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