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석유개발(E&P) 사업 분할이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주주총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물적분할이 주총에서 승인되면 지분 가치 희석에 따른 피해보다 투자비 확보로 시장 점유율 확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SK이노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어떤 당근책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는 다음 날인 1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안건으로는 배터리와 E&P 부문 분할 안건과 이익배당을 금전 외 주식으로 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은 정관 일부 개정안건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 7월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에서 중장기 핵심사업 비전 및 친환경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터리 사업 등의 분할 방식은 존속 회사인 SK이노가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조달하려는 의도다. 다만 핵심 사업부 분할로 모회사의 성장동력이 약화할 수 있는만큼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따라온다. 핵심 사업부의 성장성을 고려해 주식을 매입한 주주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번 주총에서 분할 안건이 통과되면 SK이노의 배터리 사업을 분할한 신생 배터리 법인은 내달 1일 공식 출범한다. SK이노는 향후 5년간 배터리 부문에 18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SK이노는 현재 배터리 생산 능력을 연간 60만대 전기차 탑재 분량인 40GWh(기가와트시) 수준에서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8.05%)은 전날 SK이노 배터리 사업부 물적분할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분할 계획과 취지·목적은 공감하나 핵심 사업 비상장화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LG화학(051910) 물적분할 당시도 같은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한 영향에 이날 SK이노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12% 하락한 주당 24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분할 발표 당일인 지난 달 4일 주가는 전날 대비 3.75% 하락한 24만3500원을 기록했다.
자료/SK이노베이션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물적분할 안건은 주총을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적분할은 특별결의 사안으로 주총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해야 의결된다. SK이노의 최대 주주인
SK(034730)의 지분율은 33.4%에 달한다.
의결권 자문사들도 분할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 10일 "향후 배터리 부문의 막대한 시설투자 재원 마련 등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IPO는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일정 수준의 주주환원이 계획돼 있는 상황에서는 주주권익에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냈다. 특히 이번 임시 주총 안건에서 '이익 배당은 금전, 주식 및 기타의 재산으로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면서 향후 주식 배당 가능성을 열어둔 점에 대해 긍정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지주사 할인은 불가피해도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SK이노가 아직 명확한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선택지를 고심 중인 만큼 신설 배터리 자회사 주식 배당과 같은 확실한 당근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분할이 승인될 경우 28% 지분 희석 우려가 있지만 투자비 확보로 시장 점유율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특히 SK이노 투자자는 배터리 관련 자회사 SKIET, SK배터리(가칭)의 유가증권 등을 받을 수 있다. 현물배당 효과로 일종의 옵션 가치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결정 이후 주가 급락 사례처럼 위축된 투자 심리는 여전하지만 SK이노가 적어도 1년 내 IPO 계획이 없고 내년부터 자회사 현물배당 지급에 따른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주주친화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친화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SK이노 자기주식은 총 1012만9567주(지분 10.9%)를 보유 중이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책임투자센터장은 "자사주 소각은 현금유출이 없는 상황에서 일정 수의 발행 주식 수가 줄어 주당 투자지표의 밸류에이션 개선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주주 권익에 긍정적"이라며 "SK이노의 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이 명확한 만큼 주주환원 계획도 좀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