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지난 한달 간 악재를 맞으며 급락한 대형주에 동학개미들의 '빚투(빚을 낸 주식투자)'가 집중됐다. 엔씨소프트, 카카오, LG화학, 카카오뱅크 등이 각각의 이유로 최근 주가 급락을 겪었는데,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노린 것이다. 대형주들이 반등에 성공하며 동학개미의 '빈집 털이'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654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신용융자 잔고는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돈을 뜻한다. 오르는 종목에 빚을 내 투자하면 적은 돈으로도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종목별 신용융자 잔고를 살펴본 결과, 지난 한달 간(8월13일~9월14일)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는 낙폭이 큰 대형주에 집중됐다. 주가가 빠진 사이 반등을 노린 투자가 몰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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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융자 잔고 상위 10개 종목(△삼성전자 △셀트리온 △SK하이닉스 △카카오 △현대차 △LG전자 △엔씨소프트 △SK이노베이션 △LG화학 △신풍제약) 중 한달 새 잔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엔씨소프트(036570)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의 흥행 실패 등 악재로 인해 지난 한달 간 주가가 25.7% 하락했다. 하지만 주가 하락에도 신용융자 잔고는 1247억원(64.4%) 늘어 1936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달 새 주가가 16% 내외로 빠진
카카오(035720)와
LG화학(051910)의 빚투도 크게 늘었다. 카카오의 신용융자 잔고는 635억원(18.0%) 늘은 3521억원으로, LG화학은 661억원(38.2%) 증가한 1728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는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 이슈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으며, LG화학은 동사 배터리가 탑재된 GM 전기자동차의 리콜 소식이 알려지면서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
주가가 한달 새 8.7% 가량 하락한
NAVER(035420)의 신용융자 잔고도 약 99억원(8.4%) 증가해 1183억원으로 나타났다.
상장한 지 오래되지 않아 잔고 자체는 적지만
카카오뱅크(323410)에 대한 빚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신용융자 잔고는 72%(504억원)나 급증해 현재 잔고 순위 3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우정사업본부의 블록딜 매각에 이어 보호예수 해제에 따른 물량 출회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고점(9만4400원) 대비 33% 빠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계속해서 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큰 대형주를 중심으로 낙폭이 큰 종목에 신용융자 거래가 집중되는 모습"이라며 "반등을 노린 수요가 몰린 거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투자자의 빚투가 집중되고 있는 대형주가 반등에 나설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빚투가 몰린 종목들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성이 높고 충분히 주가 회복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상당히 스마트하게 신용거래융자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형주라 해서 무조건 오를 거란 생각으로 투자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악재가 나올 수 있는 산업이나 기업엔 섣부르게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무차별 투자를 지양할 것을 당부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