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배우 김소연은 ‘펜트하우스’를 통해 다시 없을 희대의 악녀 천서진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더구나 매 시즌마다 명장면을 남기며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번 김소연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김소연은 ‘펜트하우스’를 촬영하면서 매 회 매 장면이 두려웠단다. 그러나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굳은 살이 박힌 듯 두려움을 떨치게 됐다고 했다.
SBS ‘펜트하우스’는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복수극을 다룬 드라마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악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여자들의 연대와 복수를 그렸다. 드라마는 지난 2020년 10월 시즌1을 시작으로 지난 2021년 9월10일 시즌3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김소연은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어야 하는 타고난 금수저이자 유명 소프라노인 천서진 역할을 맡았다.
김소연은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촬영을 한 ‘펜트하우스’를 떠나 보내며 “마지막 촬영을 하면 보통 빨리 쉬고 싶다는 생각한다. 근데 ‘펜트하우스’는 끝날 쯤이 되도 그런 생각이 안 들었다”며 “아쉬워서 그런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여운이 남는 장면을 찍어서 그런지 작품을 끝내도 여운이 많이 남았다”고 했다.
김소연은 천서진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연기 호평을 받았다. 그런 김소연은 처음 천서진을 준비할 때만 해도 이런 결과를 얻게 될지 상상도 못했단다. 그는 “제의를 받았을 때 하게 된 이유가 사람에게 끌려서 하게 된 게 크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님과 감독님과 천서진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보여줄 게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 시간 남짓 이야기를 하면서 두 분에게 끌림이 있었다”며 “이들과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김소연은 천서진을 준비할 때만 해도 가벼운 마음으로 작품에 들어갔다. 그는 “드라마를 하기 직전까지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을 하기도 했다. 나이도 있고 하다 보니 이런 식으로 연기 활동을 하면 되겠다고 안주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인물도 많고 사건의 줄기도 많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을 했다”며 “하지만 나도 모르게 불타올랐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천서진으로 큰 사랑을 받게 될 줄 몰랐다”고 밝혔다.
'펜트하우스3' 김소연 인터뷰.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김소연은 천서진이라는 캐릭터가 자신에게 큰 선물을 줬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큰 도전 정신을 심어준 작품이었다”며 “안주 아닌 안주를 했던 만큼 ‘이렇게만 하면 행복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전에 악역을 해봤기 때문에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을 했다. 그런데 상우 오빠가 ‘도전하라’고 한 말에 눈이 번쩍 떠졌다”고 했다. 김소연은 남편이자 동료 배우인 이상우의 말에 그동안 안주한 마음을 반성하게 됐단다.
또한 김소연은 천서진의 캐릭터에게 가깝게 가는 지름길을 만들어 준 것이 이상우라고 했다. 그는 “처음 대사를 맞춰주고 톤을 잡아준 게 상우 오빠였다. 내 영상을 찍어주면서 천서진에게 가깝게 가는 지름길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했다. 특히 시즌1의 피아노 장면을 본 이상우가 소름이 돋았다는 반응에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펜트하우스3' 김소연 인터뷰.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펜트하우스’에 점차 빠져든 김소연은 매 장면마다 열연을 펼쳤다. 그 덕분에 매 시즌마다 명장면이 탄생하기도 했다. 천서진이라는 캐릭터가 표독스러운 인물이다 보니 거의 모든 장면에서 악을 써야 했던 김소연이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촬영 내내 지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신기할 정도로 체력이 좋았다. 노동법 덕분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체력 안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에만 해도 작품을 하면서 하루 쉬면 누굴 만나거나 하는 것이 사치라고 생각을 했다. 작품을 위해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며 “이번 작품은 시간이 있다 보니 상우 오빠와 같이 밥도 먹으러 다니고 쇼핑도 했다. 근데 현장을 가면 오히려 더 집중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히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었다면서 이전에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후회를 하기도 했단다.
또한 김소연은 자신의 성대가 건강하다는 것을 이번 작품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소리 지르는 장면이 많아서 엑기스나 매실, 쑥 등 목에 좋다는 음식을 준비했는데 목이 안 쉬었다. 그때 내 성대가 건강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시즌2를 할 때 작가님이 생강액을 선물로 보내주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펜트하우스3' 김소연 인터뷰.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김소연은 천서진을 두고 비뚤어진 모성애라고 평가했다. 그는 “천서진의 행동이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천서진을 연기하는 나는 맞다고 생각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또한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은 탐욕스런 악녀의 모습뿐 아니라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한 서사 등을 통해 시청자들이 천서진을 입체적으로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며 “그만큼 천서진은 정의하기 어려웠다. 연기를 하면서도 ‘왜 이럴까’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종영 후 미워하자고 생각을 하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소연은 시즌3에서 천서진이 오윤희(유진 분)를 벼랑으로 밀어내는 장면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대본을 읽으면서 주단태가 범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천서진이 밀었다는 사실에 너무 미웠다. 자신의 딸을 살리려고 고생하는 윤희를 밀었다는 생각에 심적으로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소연은 천서진을 두고 “있어서는 안 되는 악녀”라고 말했다.
김소연은 천서진의 악행보다 딸 하은별(최예빈 분)에게 하는 엄마의 모습이 연기를 하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딸을 위한다고 하지만 결국 은별이 변하고 힘들어 한다. 그 모습을 보는데 너무 미안했다. 그러다 보니 은별을 볼 때마다 ‘미안해. 은별아. 나 같은 엄마를 만너서’라는 말을 많이 했다”고 했다.
'펜트하우스3' 김소연 인터뷰.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김소연은 이번 작품에 대한 인기를 실감한다고 했다. 그는 “사인을 많이 해달라고 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며 “상우 오빠가 미취학 아동들과 작품을 같이 하는데 ‘자신을 천서진의 안티 기자’라고 알고 있다고 하소연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신기한 게 어린 친구들이 많이 알아보게 됐다. 그림을 그려서 주기도 한다. 이런 걸 볼 때 가장 크게 와닿는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소연은 ‘펜트하우스’에 대해 “두려움을 떨치게 해준 작품”이라고 정의 했다. 그는 “목소리도 가늘어서 소리를 지르는 게 콤플렉스였다. 소리를 못 지르고 성량도 부족하다 느껴왔는데 그런 부분을 극복하게 해준 작품이다”고 밝혔다.
또한 “늘 대본을 받을 때마다 두려웠다. ‘현장에서 감정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하지’라면서 매 회 매 장면이 두려웠다. 하지만 집에 오면 후련했다”며 “1년 반이라는 시간을 한 장면씩 하다 보니까 하면 된다는 믿음도 갖게 되고 두려움도 떨치게 됐다. ‘펜트하우스’는 그런 작품으로 기억 될 것 같다”고 했다.
'펜트하우스3' 김소연 인터뷰.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