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캠프 해체' 선언 직후 첫 승부수로 상속세 전면 폐지 공약을 들고 나왔다. 캠프 내에서도 논란이 심했던 사안으로, 지극히 보수 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기존 최 후보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 후보는 정책 노선, 메시지 방향 등을 놓고 캠프 내 갈등이 깊어지자 후보 중심의 대선 행보로 전환했다.
최 후보는 16일 오전 캠프가 차려진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가 세금이라는 이유로 기업의 경영권과 중산층의 정당한 부의 승계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상속세 전면 폐지를 약속했다. 최 후보는 "상속세는 평생 열심히 일한 돈으로 집 1채, 차 1대, 주식 약간을 보유하고 살다가 후대에 남겨주고 싶은 일반 국민들이 부딪혀야만 하는 과제이자 짐이 되고 있다"며 "세금을 내면서 열심히 벌어서 지켜온 재산에 대해 국가가 다시 한 번 물리는 세금의 성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최 후보는 상속세가 기업 경영과 일자리 창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 지분 상속에는 최대 절반이 넘는 세금을 물린다"며 "기업들이 상속세를 낼 수 없어 가업 경영을 포기하고 기업을 처분해 버리는 일이 일어난다"고 직시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평생 모은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정상적인 일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이 옳은 일인가 물어봐야 한다"며 "일자리를 창출할 기업을 단지 대를 물려 경영한다는 이유로 그 지배력을 절반 이상 가져가 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물었다. 아울러 "특정 세금이 중산층 국민에까지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대기업, 중소기업, 중견기업 할 것 없이 모든 기업의 성장과 영속 자체를 막아선다면 그 세금은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며 상속세 폐지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최 후보는 그러면서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등을 재설계하여 상속세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없애는 조치를 시행하겠다"며 "진정한 공정과세 내지 실질적인 부의 재분배를 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극단적 정책으로 평가될 수 있는 '상속세 전면 폐지'는 캠프 내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 후보가 강단으로 내놓은 공약으로 알려졌다. 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영우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일요일 상속세 폐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한다고 해서 제가 제동도 걸었다"며 "캠프에서 단 한 차례도 토론이 없던 주제였다"고 밝혔다. 중도로 외연을 확장해도 모자라는 마당에 보수 표를 의식한 극단적 정책의 한계를 지적한 것.
이에 대해 최 후보는 "충분한 논의 없이 공약을 발표하는 것에 (캠프 내) 반발이 많았지만, 용기를 내서라도 이 문제를 꺼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며 "김영우 전 의원이 말한 내용은 저와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 글을 쓰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후보는 "이제 정말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귀를 기울이겠다"며 "앞으로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만 비난받을 두려움 때문에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하나씩 꺼내 보이겠다"며 후보 중심으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10일강원도 춘천시 국민의힘 강원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