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한때 초고가 스마트폰 시장 3위에 올랐던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설 자리를 잃어 간다. 애플은 화웨이의 부재를 틈타 초고가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애플은 2분기 500달러 이상 초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54.8%로 1위다. 지난해 3분기 46%에서 9% 증가했다.
삼성전자(005930)는 같은 기간 20.9%에서 19.1%로 소폭 감소했다.
화웨이의 입지는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화웨이는 작년 3분기만 하더라도 17.9%(3위)로 삼성전자와 격차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11.1%로 급격히 줄었고 올 2분기는 6.7%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애플이 화웨이의 점유율 대부분을 가져간 셈이다.
애플 아이폰13 시리즈. 사진/애플
애플은 초고가 스마트폰 시장 절반 이상을 가져간 절대강자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반도체 부품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글로벌 초고가 시장에서도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애플은 심지어 자국 스마트폰 선호도가 높은 중국에서도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 애플은 중국 초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40.6%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작년 3분기엔 24.7%로 같은 기간 45.7%를 기록한 화웨이와 20% 이상 벌어져 있었지만 화웨이가 올 2분기 18.2%로 추락하며 입장이 완전히 뒤바꼈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오포, 비보와 샤오미 등이 화웨이 점유율을 흡수하기 위해 전략 스마트폰을 내놓았음에도 애플을 찾는 중국 소비자들이 예상보다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3위인 비보는 13.5%이며 그 뒤로 오포, 샤오미도 각각 11.6%, 8.4%로 역시 애플에 크게 뒤처졌다.
그렇다고 애플이 마냥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샤오미가 프리미엄급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고 화웨이에서 분사한 아너(HONOR)도 매직 시리즈로 고급화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14일 아이폰13을 공개하고 초고가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나선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신제품 가격을 동결하며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높였다. 삼성전자와 샤오미 등 경쟁사들의 가성비 전략에 맞서 시장 입지를 다지려는 의도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가격 인상시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은 아이폰 가격을 동결해도 앱스토어, 아이튠즈, 애플 뮤직 등 수익 창출 창구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