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이번 추석 연휴 고향 방문을 미룰 계획이었다. 백신 접종도 1차만 완료했고,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러야하는 것도 찜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은 "정부가 8명까지 모일 수 있도록 했는데 무슨 걱정이냐", "오랜만에 다 모이는데 너만 빠지면 안 된다"고 방문을 원하고 있다. B씨는 백신 접종 완료자만 고향을 가도 좋다는 게 정부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 5살 자녀를 둔 30대 B씨 부부의 부모님은 경기도에 거주한다. 부부는 2차 접종을 완료했지만, 아이는 백신 대상자가 아니라 미접종 상태다. 동생네 부부도 부모님 댁을 방문하는데 1차 접종만 완료했다고 한다. 친척 중에 누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는지 알 수 없는 마당에 고향집에 방문하려니 내키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연휴에는 고향을 많이 방문하지 않았지만, 올해 추석은 귀성객이 크게 늘 전망이다. 정부가 추석 연휴 가족 내 모임 인원 제한을 최대 8인까지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추석 연휴 방역 대책이 시민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추석 기간 사적모임 기준을 일부 완화됐지만 규정이 복잡한 데다 백신 접종 완료자만 고향을 방문하라고 권고하면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고민이 큰 상황이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접종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발표한 '추석 특별방역대책'에 따르면 추석 연휴를 포함한 오는 17~23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서도 가족모임의 경우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8명까지 가정에서 모일 수 있다. 다만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은 금지되며 단체 성묘도 허용되지 않는다. 3단계를 적용하고 있는 지역은 추석 연휴와 상관 없이 예방접종 완료자 포함 8명까지 사적모임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달 들어 다소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증가하자 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 백신 접종 완료자 위주로 최소 인원만 모일 것을 권고했다. 인원 규정에는 연령 예외가 없어 영유아도 모임 인원으로 산정되며 모임이 허용되는 가족 범위에는 직계가족뿐 아니라 며느리, 사위 등 친인척도 포함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누리꾼은 "5살 조카들은 접종하지 않았지만 어른들과 함께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사정이 이해되는지 궁금하다"며 "1차 접종자는 접종 완료자가 아닌지 등 헷갈린다"고 했다.
정부가 가정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형제들은 부모님을 시차 방문하는 등 접종 완료자 위주로 '작은 모임'을 가지라고 권고했지만, 제대로 지켜질지도 미지수다.
현재 청장년층의 경우 상당수가 1차 접종만을 한 상태고, 아동·청소년의 백신 접종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18~49세 연령층의 경우 추석 이후부터 2차 접종이 이뤄지며, 18세 이하 접종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다.
한편, 지난 16일 0시 기준 누적 1차 접종자는 3497만7073명이다. 이는 전체 인구 대비 68.1%, 18세 이상 성인의 79.2%다. 이 가운데 2116만8093명은 백신 접종을 마쳐 총 인구 대비 41.2%를 기록했다. 전체 인구의 70%(3594만4382명 이상) 1차 접종을 위해선 앞으로 96만7309명 추가 접종이 필요한 상황으로, 정부는 추석 연휴 전 7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일주일 여 앞둔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관계자가 열차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