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 이후 1조원이 넘는 심각한 재정 적자를 겪고 있다. 이는 직원 구조조정 문제를 유발했고 낡은 전동차 교체 지연과도 무관하지 않다. 결국 시민 안전 문제로 귀결되지만 정부의 지원은 한 푼도 없다. 정부의 복지 정책에 따라 만 65세 이상 시민을 무료로 수송하고 있지만 그 적자를 서울교통공사가 오롯이 감당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마지막 카드로 고려하는 인력 구조조정은 결국 '땜질'이란 지적이다. 서울 지하철 재정난의 근본적인 문제와 해법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을 관통하는 지하철 운영기관은 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1~9호선, 코레일은 1·3·4호선 일부 구간과 경춘·경인·경의선 등 서울과 경기·지방을 잇는 전동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오롯이 지하철만 운행하는 서울교통공사와 광역철도 운행이 주요 역할인 코레일은 설립목적 자체가 다르다. 두 기관 모두 정부의 복지 정책에 따른 지하철 '무임수송'을 실천하며 손실이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코레일에만 한정됐다. 두 기관에 적용되는 법이 다르다는 이유다.
현재 법적으로는 정부가 서울교통공사를 의무적으로 지원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 서울시 산하의 서울교통공사는 도시철도법을 적용 받는데, 여기에는 재정 손실에 대한 지원 항목이 없다. 정부의 국고보조금은 지방자치단체 간 도시철도 연계망 구축 등 국가사업을 할 때, 스크린도어 설치·내진 보강 공사 등 안전 시설에 투자할 때 일부를 받는다.
반면 국영철도인 코레일의 경우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8조(철도산업의 지원)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철도산업에 대한 재정·금융·세제·행정상의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코레일의 무임수송 손실에 대해 전액은 아니지만 평균 50%대 수준에서 적자 금액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2019년 코레일의 연평균 무임손실 보전액은 1374억원이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정부를 상대로 무임수송 손실에 대한 법적 지원 근거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 정책으로 인한 손실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 지하철 요금은 노인(만 65세 이상), 장애인(중증장애인은 동반 1인 포함), 유공자(상이 및 장해등급 1급 동반 포함) 및 별도지정자, 만 6세 미만(보호자 1명, 3명까지)에 한해 무료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법정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연평균 3668억원 수준이다. 전체 당기순손실액인 6299억원의 53.5%를 차지하는 재정 적자의 주요 원인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코레일과 똑같이 정부의 복지서비스를 이행하고 있는데 무임손실을 공사와 지자체 힘으로만 해결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이와 관련해 20년 동안 정부를 상대로 호소해왔지만 여전히 안 된다면, 복지 예산에 반영해서라도 국가가 손실 보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 서울교통공사노조의 선전물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