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사 직원의 극단적 선택을 놓고 KT가 진상규명에 나섰다.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KT는 사실관계를 철저히 밝혀 엄중히 조처한다는 입장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KT동부산지사에서 근무하던 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지난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같은 사실은 청와대 청원게시판 등을 통해 외부로 알려졌다.
하지만 피해자의 팀장이었던 A씨는 해당 청원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날 기자들에게 "사실과 다른 내용이 진실인 것처럼 여론화되는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보냈다.
직장생활 32년차에 팀장을 10년째 맡고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유족들이) 장례식장에서 저에게 고인이 6월경부터 힘들다고 평소 하지 않던 얘기를 했다더라. 7월1일 자 발령으로 저는 고인과 근무하게 됐으며, 고인과 함께 근무한 날이 휴일·휴가 제외하고 34일이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어 "구체적으로 못살게 군 내용이 없다"며 "나이도 제가 더 많고, 업무 관련 사항도 제대로 얘기를 해본 적 없다"고 반박했다.
A씨는 오히려 자신이 장례식장에서 욕설과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며 "국민청원을 올렸다는 유가족이 저에게 했던 폭행과 욕설, 무조건 사과하라는 강압적인 분위기를 촬영한 동영상이 있다고 하니 반드시 원본 전체를 확인해 보라"고 했다.
한편 이날 KT새노조는 회사의 철저한 사건 경과 조사 및 결과와 향후 조치 등을 새노조에 통보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해당 사건 피해자의 유가족은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큰딸 결혼식 2주 뒤 자살을 선택한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피해 사실을 호소했다.
청원인은 "집에서 유서가 발견되었는데 유서 내용도, 평소 아버지의 불만을 토로하실 때도 항상 특정 인물만을 지목하고 있다"며 "2021년 6월경 새로운 나이 어린 팀장이 부임했는데 저희 아버지에게 인격모독성 발언과 아주 오래전 일을 들추어 결부시키며 직원들에게 뒷담화를 하여 주변 직원들까지 아버지를 냉대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청원인은 이어 "아버지께서는 이번 8월29일 딸 결혼식을 앞두고 30년 근속 안식년을 받으셔서 9월15일 출근을 앞두고 계셨었는데 휴가를 다 사용하시고, 다시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두려움 등의 사유로 이와 같은 선택을 하신 것이라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저희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진심 어린 사죄"라고 강조했다.
KT는 현재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KT는 자체 조사는 물론,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지난 17일 고용노동청에도 조사를 의뢰했다"며 "사실관계 규명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