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도심 대로변 등에서 현수막과 피켓으로 같은 회사 내 다른 노동조합을 '어용·앞잡이'라고 모욕한 노조 간부와 노조원들이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모욕죄로 기소된 KT노조 소속 단체 의장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노조원 B씨와 C씨 역시 벌금 70만원과 50만원씩을 각각 확정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어용'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자나 권력 기관에 영합하여 줏대 없이 행동하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 '앞잡이'란 남의 사주를 받고 끄나풀 노릇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서, 언제나 이 표현들이 지칭된 상대방에 대한 모욕에 해당한다거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를 '어용', '앞잡이' 등으로 표현한 현수막, 피켓 등을 장기간 반복해 일반인의 왕래가 잦은 도로변 등에 게시한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모욕적 표현으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B씨와 C씨는 2013년 9~11월 KT사옥이 있는 도심 대로변이나 사옥 입구에 '어용·앞잡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총 13회에 걸쳐 게시하고 회사 내 다른 노조 위원장 D씨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와는 별도로 서울 서초구에 있는 반포지사 앞 대로에서 '노동탄압 앞잡이 어용노조'라는 피켓을 들고 모두 20차례에 걸쳐 D씨를 모욕한 혐의다.
1심은 A씨 등의 행위가 D씨에 대한 모욕행위라고 보고 벌금 50만원에서 150만원씩을 각각 선고했다. 이에 A씨 등이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