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또 다시 대구를 찾았다. "대구·경북 시도민께서 저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풀릴 때까지 계속 오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유 후보의 대구 방문은 이 달에만 세 번째로, 지난 13일 서문시장을 찾은 데 이어 추석 연휴였던 20일에도 대구를 찾은 바 있다. 사실상 일주일에 한 번꼴로 대구행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을 벗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 후보는 27일 대구 북구을 당원협의회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출마선언을 하기 전후로 대구·경북을 굉장히 자주 찾고 있다"며 "여야 주자를 통틀어 대구에서 태어나고, 대구에서 학교를 나오고, 대구에서 정치를 한 사람은 저 밖에 없는데, 대구·경북의 지지를 못 얻으면 제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와의 연고를 강조하는 한편 자신이 처한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
유 후보는 "대구·경북의 시도민들께서 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풀어주시고 또 제가 국민의힘 후보가 돼야 대구·경북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정권교체가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대선후보가 되면 반드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꼭 이기겠다"고 본선 경쟁력도 강조했다.
유 후보는 앞서 대구 북구을 당원협의회에서 "지금 저는 대구·경북에서 제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 이유는 5~6년 전부터 대구·경북에서 저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갖고 계시는 시도민들과 당원 동지 여러분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후보를 뽑는 날을 40여 일도 안 남은 시기에 대구 북구을 핵심 당직자 여러분을 뵙게 된 것은 지난날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리고, 여러분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서도 "인간적으로는 정말 너무 괴로운 선택이었다"면서도 "굉장히 괴로운 마음으로 탄핵에 찬성했다. 탄핵에 찬성하던 저의 그 선택, 그 심정을 지금 대구 시민이 다시 물어도 어쩔 수 없이 그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부족한 게 많았지만 나름 나라와 우리 대구·경북을 위해서 떳떳하고 깨끗하고 당당하게 정치를 해왔다"며 "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시고 평가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날 유 후보의 대구 방문 일정은 대구 지역 노인회와 당원협의회 방문으로 채워졌다.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노년층을 만나 배신자 프레임을 해소하고, 2차 컷오프에서 30%로 높아진 당원 여론조사를 의식한 보수 텃밭의 당심을 잡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대구 노인회 북구지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유 후보는 자신에 대한 마음을 돌려달라고 거듭 읍소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대구의 어르신들이 저에게 서운한 그런 감정을 아직도 갖고 계신다"며 "양심에 따라 찬성했다고 생각하지만, 대구·경북 어르신들의 마음을 많이 서운하게 한 측면이 있어 지금 제가 어려움에 처했다. 오늘 해주시는 말씀을 제가 잘 듣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대통령이 되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오래 끌 이유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본인이 적폐라고 수사했는데 전직 대통령을 사면 안 하고 임기를 마쳐버리면 두고두고 본인에게 부담으로 남는다"며 "문 대통령 임기 안에 사면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27일 오전 대구시 북구 칠곡중앙대로에 위치한 국민의힘 북구을 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당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