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이 되면 전 국민의 70%가 접종을 완료할 것이다. 그러면 다음 단계로 방역뿐 아니라 일상이 회복되는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갈 수 있다."
지난 26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내달 말 예고된 '위드 코로나(With Corona)'의 계획 실행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한 발언이다. 코로나19 방역으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을 고려했을 때 단계적 일상 회복을 더 이상 늦출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 발언이 모험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 이 같은 정책 판단은 백신 접종률 목표 달성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다.
실제로 27일 0시 기준 백신 1차 접종자는 이미 74.2%에 달하는 등 접종 완료한 인구는 45.3%에 달한다. 이 같은 속도라면 김 부총리가 밝힌 대로 내달 말 정도면 전 국민 70%가 접종을 완료할 전망이다. 정부가 정량적으로 제시한 백신 접종 자체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1년 반 이상 이어지는 코로나 사태로 전 국민들의 피로가 극에 달하며 코로나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요원해지고 있는 점도 한몫한다. 게다가 수도권의 경우 지난 2개월가량 가장 강도 높은 방역 수칙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확진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다 보니, 국민들이 위드 코로나 도입에 대해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렇듯 위드 코로나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이 가지만, 문제는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초 시작된 '4차 대유행' 이래 코로나 확진자 수는 계속 네 자릿수를 기록 중이고, 이달 25일 0시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인 3273명에 달하며 3000명 벽까지 허물어진 상태다.
게다가 추석 연휴 대이동에 따른 여파는 아직 본격화되지도 않았다. 내달 초에는 개천절 및 한글날 연휴가 있어 대이동에 따른 바이러스 재전파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일 확진자 수가 3000명을 넘어 4000~5000명까지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정부 입장에서는 목표치인 접종률 70%가 임박해 위드 코로나라는 카드를 꺼내기 시작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확진자가 가장 많은 최악의 시기를 맞이한 셈이다.
사실 이 같은 흐름는 이미 예견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지역별로 동시다발적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고, 기존 바이러스 대비 전파력이 2배 이상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겉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변이 바이러스는 정부 입장에서 돌발 변수에 가깝지만 확산 방지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기도 하다. 아무리 정부가 연초 수립한 백신 접종 방안을 충실히 이행해나가고 있다고 해도, 변이이 대한 '플랜 B'나 '플랜 C'를 마련해 나가지 않는 이상 접종률 목표치는 허상에 가깝다.
정부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으로 판단한 경구형 치료제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김 총리 주장대로 경구형 치료제가 코로나 극복에 분명 도움은 되겠지만, 연말로 예고만 돼 있을 뿐 아직 정확한 출시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
때맞춰 출시된다 해도 치료제가 앞으로의 코로나 사태 판도를 뒤집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위드 코로나를 전개하는 근거로 현실화되지 않은 카드에만 기대기에는 현재 확산세가 위급하고 심각하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에 앞서 냉정한 자세로 현재 방역 세태의 전면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 기존 백신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병상 확충과 의료 체계를 완벽히 살피는 등 방역에 만전을 기한 후 위드 코로나에 나서도 결코 늦지 않다. 현재가 '5차 대유행'을 차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김충범 경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