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1925만원으로 6월보다 20.5% 올랐다. 매매가격이 2개월 사이에 2억원이나 급등한 것이다. KB국민은행통계와의 격차는 지난 6월 2억원 수준에서 5000만원가량으로 출어들었다.
가격상승폭이 갑자기 커진 것은 한국부동산원이 표본의 확대·재설계를 통해 가격동향 조사 방식을 바꾼 결과라고 뉴스토마토는 전했다. 말하자면 통계가 현실에 보다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아파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달 24일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부동산원원의 빌라 매매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지적됐다.
사실 부동산가격이 최근 뜀박질을 계속해 왔지만, 정부나 부동산원 통계로는 그런 긴장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던 부동산 통계가 이제 연이어 뒤집어지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지금까지의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국민과 전문가를 속여온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통계왜곡과 관련해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지난 6월 30일 연출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개한 서울 시내 75개 단지 아파트의 조사 결과였다. 서울 아파트 99㎡(30평) 면적대의 평균 시세가 2017년 5월 6억2000만원에서 올해 1월 11억1000만원으로 79% 뛰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4억2000만원에서 7억8000만원으로 86% 급등했다. 경실련 조사 결과나 국토부의 공시가격이나 모두 문재인정부 4년 동안 크게 올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이러한 급등 현상을 제대로 알리거나 인정한 적이 별로 없다. 경실련이 현 정부 취임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질의했을 때에도 국토부는 17.17% 올랐다고 회신했다고 한다. 공시지가를 바탕으로 세금을 더 받아내면서 국민들 앞에 내놓은 수치에는 꼼수가 들어간 셈이다. 그야말로 손가락으로 하늘가리기였던 것이다.
정부가 25차례나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난 이유를 이제야 다소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책이 잘못된 통계를 기반으로 수립됐으니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못된 통계는 잘못된 정보보고와 다를 바 없다. 정보보고가 왜곡되거나 잘못되면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조선시대 선조 임금 시절 황윤길과 함께 일본에 파견됐던 김성일이 돌아와서 엉터리 보고를 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조선은 일본의 침략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 결국 임진왜란이라는 큰 비극을 당하고 말았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가 일어날 때도 한국인들은 외환보유액을 잘못 알고 있었다. 한국은행이 보유하는 외환보유액 가운데 상당 부분이 외화대출용으로 시중은행에 예탁돼 있었기에 유사시 동원될 수 없는 허수였음을 모르고 있었다. 왜곡된 외환보유액 통계는 외신에 의해 먼저 지적됐다. 결국 그런 지적대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불과 수십억달러로 줄어들어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던 경험이 지금도 생생하다.
27일에는 코로나 여파에 따른 실업률이 공식 통계치보다 실제로 더 높을 수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구직활동을 어렵게 한 탓에 공식실업률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릇 좋은 정책은 정확하고 올바른 통계에서 나온다. 올바른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을 제대로 알아야 수립된다. 실업대책도 미취업 실태를 온전히 파악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썩은 나무에서 알찬 열매가 맺어질 수 없듯이, 잘못된 통계와 오류로 가득한 정보에서 좋은 정책이 나올 수는 없다. 아무리 명분이 좋고 내거는 목표가 고상하다고 해도 헛발질로 끝나고 만다. 그것은 국민을 속이고 정부 자신을 기만할 뿐이다.
다행히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표본을 바꾸거나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동산 가격조사 방식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구태를 버리고 현실에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자세전환이라고 일단 평가해 주고 싶다. 이제는 정부가 현실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해결에 유익한 합리적 정책을 내놓기를 기대해 보고 싶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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