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중국의 전력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우리 기업들의 현지 공장 피해가 우려된다. 주요 기업 중 포스코를 제외하곤 공장 가동 중단까지 가진 않았지만, 중국 내 전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만큼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번 전력난이 내년 봄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 경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8일 산업계에 따르면
포스코(005490)는 지난 17일부터 중국 장쑤성 장자강시에서 운영 중인 스테인리스강 공장 가동을 일부 중단했다. 이 공장은 전기로를 통해 연간 100만톤(t)의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한다. 가동 중단 조치는 내달 초께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장쑤성은 석탄 부족으로 정상적인 전기 공급이 어려워지자 전력 소비가 많은 철강, 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공장 가동 중단을 명령했다.
전력 공급 제한 조치가 내려진 건 장쑤성 뿐만이 아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제조업 공장이 많은 광둥, 저장성을 비롯해 랴오닝, 지린성 등 10여개 성이 산업용 전기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이 지역에 있는 공장들은 당국의 방침에 따라 생산량을 줄이거나 아예 가동을 멈춘 상태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유엔 유튜브 캡처
이번에 전력 조치가 내려진 10여개 지역에는 철강업체들 외에도 다양한 업종의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SK하이닉스와 LG화학은 장쑤성에 속한 우시에, LG디스플레이는 광둥성의 광저우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이밖에 현대자동차, 삼성디스플레이, 두산 등도 문제가 된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들 기업은 포스코와 달리 공장을 정상 가동 중이지만, 중국 내 전력난이 심각한 만큼 상황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의 전력난은 10여개 지역 외에 전역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 또한 중국 천진(톈진)공장 전기 사용량 30% 감축을 명령받고 제한적으로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10월에 국경절이 있어 어차피 공장이 쉬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지금부터 전력 공급을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처럼 최악의 전력난에 시달리는 건 석탄 가격이 오르면서 화력발전소들이 전기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발전용 석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호주산 석탄 수입이 끊기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중국은 호주와의 관계가 악화하자 지난해 10월부터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
중국 정부가 탄소중립 달성을 이유로 무리하게 화석 연료 발전을 규제한 것 또한 전력난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이번 전력난이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기업 헝다그룹 파산보다 심각한 피해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쑤성에 있는 애플 아이폰의 위탁생산업체와 테슬라의 부품 공급업체도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기 때문이다.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장쑤성에 있는 주요 반도체 공급 업체들도 생산을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26일(현지시간) "장기간 지속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서 벗어나는 시점에서 이들 지역의 전력난이 더 심해질 경우 글로벌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겨울이 다가올수록 가정용 난방 수요도 급증해 전력난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