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중국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가 국내 철강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철광석값마저 급락하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업계와 증권가에선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철강 감산, 석탄값 급등과 같은 가격 상승 요인도 많기 때문이다.
27일 중국 철강 연구기관인 마이스틸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중국 열연 유통 가격은 톤(t)당 5750위안으로 전주보다 0.5% 소폭 하락했다. 냉연 유통 가격도 전주보다 0.2% 내린 6472위안을 기록했다. 후판과 철근 유통 가격은 각각 톤당 5709위안, 5711위안을 기록하며 전주보다 소폭 올랐다. 정부가 대규모 철강 감산에 나서면서 당초 업계에선 중국의 철강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중국은 자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파산 위기에 내몰리면서 건설 경기가 위축될 조짐이다. 헝다그룹은 중국 내 280개 도시에서 1300여개의 건설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로선 파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덩치가 큰 기업인 만큼 중국 정부가 국유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헝다가 파산해 중국 건설 시장이 활기를 잃으면 한국 철강 시장도 영향이 예상된다. 내수 물량이 줄어들면 중국이 강재를 수출용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올해 철강 감산으로 강재 물량이 감소하자 수출을 줄여왔다. 중국산 강재 수입이 어려워지고 건설과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자 국내 철강재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무섭게 치솟았다.
실제 지난주 국내 열연 유통 가격은 톤당 132만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91.3% 뛰었다. 같은 기간 후판과 냉연, 철근 같은 다른 기초 철강재 가격도 전년보다 70~80%가량 비싼 수준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1용광로에서 쇳물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 때문에 반대로 중국이 수출을 늘리면 국내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려가 커지면서
포스코(005490)와
현대제철(004020)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주가는 현재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만 업계와 증권가에선 중국이 감산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기질 개선을 위해 올해 조강 생산량을 지난해 수준인 10억6000만톤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미 상반기에 5억6000만톤을 생산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지난해보다 약 6000만톤을 감산해야 한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부동산 신규 착공 둔화에 따른 철강 수요 감소는 이미 예상된 상황"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 수요 감소를 훨씬 상회하는 규모의 공격적인 철강 감산으로 타이트한 철강 수급은 지속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최근 철광석값이 급락하는 것 또한 철강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철광석값이 내린 대신 석탄값은 치솟으면서 전반적인 원자재 비용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수출을 늘리고 석탄값까지 떨어지면 철강 가격 또한 하락하겠지만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다"며 "국내 철강 수요는 아직 많은 편이라 당장 제품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