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4차 TV토론회에서 유력 주자인 홍준표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정면 충돌했다. 홍 후보는 윤 후보의 대북정책을 '문석열'(문재인+윤석열)이라고 공격했고, 윤 후보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를 언급하며 홍 후보에게 책임론을 제기했다.
28일 밤 서울 마포 MBC신사옥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4차 TV토론은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주제로 후보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국회 국방위원장 출신인 유승민 후보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홍준표·윤석열 두 후보의 공약 허술함을 파고들었다. 유 후보는 홍 후보가 원전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을 아이언돔으로 막겠다는 발언을 지적하며 "아이언돔은 북한의 장사정포나 방사포로부터 수도권을 방어하는 것이지, 원전을 지키는 데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 후보는 "아이언돔은 장사정포를 방어하는 것도 있지만 미사일을 방어하는 것도 있다"고 반박했다.
유 후보는 윤 후보의 전술핵 배치 공약도 문제 삼았다. 유 후보는 "윤 후보는 국민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전술핵 배치·핵 공유를 미국에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했다가, 중국과 미국이 비판하니까 핵 공유 및 전술핵 배치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며 "어떤 것이 진짜 윤 후보의 입장인가"라고 따졌다. 그러자 윤 후보는 "제 공약을 똑바로 안 읽어본 모양"이라며 "기존 확장 억제 정책이 도저히 안 될 때 미국과 상의해서 마지막으로 (전술핵 배치 등을)할 수 있다는 것이지,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원희룡 후보는 홍 후보의 나토식 핵 공유 공약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원 후보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책으로 핵 공유를 통한 핵 균형을 말했는데, 핵 균형은 북핵을 기정사실로 하는 의미 아닌가"라며 "북한은 자신들이 핵 보유국이고, 미국하고만 핵 군축 협상을 하자고 한다. (홍 후보 공약은) 돌고 돌아 결국 북한 논리와 똑같다"고 꼬집었다. 홍 후보는 "그런 식으로 억지를 부리면 안 된다"며 발끈했다. 원 후보는 또 "(우리가 핵을 공유하면)일본이 가만히 있겠나. 일본 핵무장에 동의하느냐"고 물었고, 홍 후보는 "그건 미국이 할 일이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 그런 나약한 생각으로 나라를 지키는 대통령이 되려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홍 후보의 모병제 공약은 하태경 후보가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하 후보는 홍 후보에게 "임기 내 모병제로 전환하면 병력이 줄어들 텐데 병력 감축 계획서는 뽑아봤느냐"며 "모병제로 하면 병력을 몇만 명으로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홍 후보가 "30만명"이라고 답하자, 하 후보는 "지금이 55만명인데 25만명을 확 줄이겠다는 건가. 나라 말아먹겠다"고 힐난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저런 식으로 억지부리니 기가 막힌다. 시비를 걸려고 나온 건지 자기 공약은 없다"고 맞받았다.
윤석열·홍준표 두 후보 간 설전도 계속됐다. 홍 후보는 윤 후보에게 "문재인 정권의 실패한 국방부 장관이나 참모총장을 다 데리고 와서 북핵 대북 정책을 만들었는데, 우리 당 성격과 전혀 다르다"며 "그래서 문재인 정권 2기라고 한다. 심지어 대북정책에 관해서는 '문석열'(문재인+윤석열)이라는 말도 SNS에 떠돈다"고 비꼬았다. 윤 후보는 "(문석열은)홍 후보님이 만드신 것 아니냐. 어떤 점이 같냐"고 따졌다.
윤 후보는 홍 후보가 당 대표를 맡아 참패했던 2018년 지방선거 이야기로 응수했다. 윤 후보는 "5선 의원이시고 당 최고 중진이신데 2018년 지방선거 당 대표 때 단체장 후보들이 (홍 후보의) 지원 유세를 거부했다.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홍 후보는 "그때 남북정상회담을 위장 평화회담이라고 해서 국민 80%와 우리 당 대부분 국회의원이 비판했다"며 "그래서 지방선거 유세를 못 나갔지만 1년 후에 위장 평화회담이었던 게 다 밝혀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홍 후보는 윤 후보에게 "거꾸로 물어보겠다. 윤 후보는 그때 뭐 했느냐"며 "당시 당이 곤경에 처하고 제가 바른말하고 당할 때 다들 뭐 하고 있었는지 여기 후보들 다 이야기해 보라"고 역정을 냈다.
홍준표(오른쪽),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2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대선 경선 4차 방송토론회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