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국내 대기업의 규제 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이후 국내외 규제기관으로부터 제재받은 금액은 2조원에 육박했고 제재 건수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9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에 제재 현황을 공시한 2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의 제재금액은 총 1조8785억원이라고 밝혔다. 연도별로 2019년 8848억원, 지난해 5516억원, 올해 상반기 4421억원이다. 상반기만 놓고 보면 2019년 4592억원에서 지난해 2883억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해외규제기관으로부터의 제재 금액이 7939억원으로 전체의 42.3%를 차지했다. 미국 법무부가 4463억원으로 가장 컸고 브라질 감사원·송무부·검찰 1627억원, 미국연방정부 800억원, 미국연방검찰 621억원, 뉴욕주 금융청 427억원 순이다.
국내 규제기관 중에서는 공정위 제제 금액이 5953억원(31.7%)으로 가장 많았다. 국세청과 관세청 등 과세 당국, 금융감독당국은 각각 3082억원(16.4%), 799억원(4.3%)로 뒤를 이었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시추선사 드릴십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뇌물 제공 혐의와 관련해 2019년 미국 법무부에 약 900억원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합의를 체결했다.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사로부터 드릴십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선박 중개인 위법행위와 관련해서도 행정·사법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약 1627억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주한미군 유류공급 입찰 담합(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민사배상금과 벌금으로 각각 1408억원, 1213억원을 납부했다.
기업은행은 국내 한 무역업체와 이란의 자금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이 미흡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미국 검찰과 뉴욕주 금융청 등에 총 1048억원의 벌금을 냈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과 조선·기계·설비 부문의 제재금액이 각각 4372억원, 334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철강(2541억원), 건설·건자재(2468억원), 은행(1456억원)도 상위업종으로 집계됐다. 반면 상사와 지주, 에너지, 공기업 등은 제재금액이 1억원 미만이다.
조사대상 기업의 누적 제재 건수는 총 1365건이다. 2019년 529건, 지난해 534건, 올해 상반기 302건이다. 상반기만 놓고 보면 2019년 230건, 지난해 253건으로 증가세다.
기업별 누적 제재 건수는 한화와 DL건설이 각각 5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LG화학 46건, 포스코 37건, 현대제철 36건 순이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256건(18.8%), 건설·건자재 164건(12%), 증권 129건(9.5%), 철강 118건(8.6%), 조선·기계·설비 97건(7.1%) 순으로 많았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