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이달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기록적인 흥행 성공과 참패가 동시에 나타나며 희비가 갈리고 있다. 최근 증시가 냉각되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던 공모주 시장에서도 기업별 차별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이런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공모주 옥석가리기가 필수라고 조언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준, 아스플로, 씨유테크 등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수요예측과 청약 등에서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세 기업은 모두 이달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0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공정가스 부품 개발사업을 영위하는 아스플로는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2142.7대 1을 기록해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또한 세 기업 모두 최초 제시했던 희망 공모가 밴드를 뚫고 7~14% 가량 높은 수준에서 공모가를 결정했다. 아스플로는 최상단 2만2000원을 웃도는 2만5000원에, 원준은 최상단 6만원보다 높은 6만5000원에, 씨유테크는 상단보다 약 7% 높은 6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높아진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반 청약에서도 흥행 가도는 이어졌다. 아스플로는 지난 27~28일 진행한 일반 청약에서 증거금 6조3935억원을 모으며 경쟁률 2818대 1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청약을 진항한 첨단소재 열처리 솔루션 원준에도 청약 증거금이 13조2525억원이 몰려 경쟁률이 1623대 1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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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공모주가 성공 가도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 3분기 들어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되고 증시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흥행에 실패하는 IPO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
프롬바이오(377220)와 식품 기업
에스앤디(260970)는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공모가를 희망 밴드 최하단보다 낮은 선에서 결정했다. 프롬바이오는 최초 희망 밴드가 2만1500~2만4500원이었으나 1만8000원에 확정했으며, 에스앤디도 3만~3만2000원 아래인 2만8000원에 결정했다.
올해 공모가 희망밴드의 최하단을 뚫은 기업은 이 두곳이 처음이다. 최근 롯데렌탈, 크래프톤 등 대어급 공모주들조차 상장 이후 공모가를 지키지 못하면서 기업과 주관사들이 가격 책정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는 상장과 동시에 공모주 가격이 치솟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따상(시초가를 공모가의 두배에 형성하고 상한가 기록)'은커녕 공모가를 지키지 못하는 기업들도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상장 이틀째를 맞은 프롬바이오는 1만8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공모가를 간신히 지켰다. 상장 첫날인 에스앤디는 공모가(2만8000원)를 밑도는 2만1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시초가는 공모가의 90~200%에서 형성되는데, 에스앤디를 장 시작과 동시에 최저선인 2만52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한 증권사 IB담당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따상' 등에 관심이 몰리며 공모주 열풍이 불었지만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공모주 시장이 언제까지 활황일 수는 없다"며 "앞으로는 양극화 양상이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과열된 공모주 시장이 차분해지면서 기업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처럼 공모주라면 모두 따상으로 가는 시기가 지나고 시장이 냉각되면서 기업들도 보다 신중하고 보수적인 관점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리스크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차별화 양상은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