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못 찾겠다 꾀꼬리."
아무리 단점을 찾아보려 해도 없었다. 리터당 연비 약 20km, 반자율주행 등 탄탄한 기본기에 안전과 편의성을 더한 '뉴 ES300h'는 일본차의 '자존심'이라는 별명이 그냥 붙여진 게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그간 렉서스 브랜드로부터 받은 느낌은 '잔고장이 없다' 정도였다. 행사장에 도착해 차량을 만났을때도 '값비싼 일본차라고 얼마나 다르겠어'라는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렉서스 '뉴 ES300h' 차량의 전면부와 측면부 사진/조재훈 기자
30일 오전부터 진행된 시승 코스는 서울 양재 더케이호텔에서 경기 이천 설봉국제조각공원을 돌아오는 왕복 약 100km 구간이었다. 차량에 오르자 남다른 내부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부분은 센터페시아 상단의 아날로그 시계와 우측의 12.3인치 대형 터치 디스플레이다. 아날로그 감성에 디지털을 접목시킨 묘한 느낌이다.
디스플레이 하단에 위치한 시스템 버튼도 모두 아날로그 방식이다. 최근 6000만원대 이상 차급은 대부분 디지털화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주행 중 여러번 드래그와 터치를 해야해 조작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부분으로 다가온 경험이 있다. ES300h 차량에서는 이같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더욱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에어컨 바람세기와 온도, MEDIA(음악 재생)와 RADIO(라디오)의 전환 등이 물리 버튼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센터페시아 하단 콘솔박스 앞쪽에도 운전자를 배려한 렉서스의 시스템이 고스란히 담겼다. 기어 노브 우측에는 터치패드를 탑재해 디스플레이에 손을 가져가지 않아도 차량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다. 또 터치패드 좌상단의 맵 버튼을 누르면 내비게이션 경로를 음성으로 설명해줬다.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도심을 빠져나가는 동안에는 기어 노브 하단에 위치한 EV모드 버튼을 눌러 전기차 모드로 달려봤다. 해당 모드는 시속 40km 이하 주행 시 전기 동력으로만 움직인다. 저속 주행 시에는 순수 전기차의 감성도 느껴볼 수 있는 셈이다.
렉서스 ES300h 차량의 센터페시아와 기어노브 주변 조작부 위치 사진/조재훈 기자
속도를 서서히 올리면서 스티어링 휠에 달린 기어 시프트를 조작해봤다. ES300h의 기어는 총 5단까지 변속되며 1단에서 '+'를 6회 당기면 자동 변속으로 전환된다. 고속도로에 올라 운전 모드를 스포츠로 바꿔봤다. 이 차량의 운전 모드 변경은 운전자 쪽 대시보드 우측의 레버로 조작할 수 있다. 위로 올리면 '스포츠', 내리면 '에코', 측면 버튼을 누르면 '노멀' 모드다. 스포츠 모드에서 서서히 가속페달을 가볍게 밟으니 시속 100km까지 힘있게 치고 나갔다. 차량 진동은 거슬리지 않는 수준이었고 노면음, 풍절음도 확실히 잡아줬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공도 커브 구간에서는 날렵한 조향 성능을 보였다. 코너링 시 가속 페달을 밟을 경우 안쪽 휠에 브레이크 제어가 적용되는 액티브 코너링 어시스트(ACA) 덕분이다. 방지턱을 넘을 때에도 차량에 장착된 리어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을 줄여줬다.
회차지를 찍고 돌아올 때는 반자율주행이라고 불리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테스트해봤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 상단 버튼과 SET 버튼을 연달아 누르자 본격적인 반자율주행이 시작됐다. 속도와 차선이 유지되면서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보여줬다. RES와 SET버튼을 살짝 누르면 시속 '1km', 길게 누르면 '5km' 씩 속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앞차와의 차간 거리는 1단계부터 3단계까지 변경 가능해 주행 스트레스를 한결 줄여줬다.
렉서스 '뉴 ES300h' 차량의 스티어링 휠과 뒷좌석 중앙에 마련된 컨트롤러 사진/조재훈 기자
차량의 정부공인표준연비는 복합 기준 리터 당 17.2km다. 실제 주행 결과 약 100km를 고속과 저속 등 다양한 테스트를 거쳤음에도 공인 연비 보다 높은 19.3km을 기록했다. 주행이 끝나고 뒷좌석을 확인했다. 뒷좌석에서도 탑승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렉서스의 배려가 느껴졌다. 뒷좌석 콘솔박스에 달린 컨트롤러를 통해 앞좌석과 개별로 에어컨 온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뒷좌석에서 조수석 시트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 뒷유리 햇빛가리개 작동 버튼 등 전동 방식을 도입해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ES300h의 외관 디자인은 2021년식 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면 그릴 부분이 길쭉한 마름모꼴 형태였는데 내부에 'L'자 형식으로 바뀌었고 램프는 구형에서 직사각형 LED 라이트로 변화했다.
시승을 마치고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일본차 불매운동 속에서도 국내 시장 하이브리드 차량 4위를 기록할 만 했다. "'하이브리드 끝판왕'이라는 별명은 허울이 아니야"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기본기에 충실하되 주행 성능과 편의성까지 전부 잡아낸 ES300h가 내년에도 '인기 모델'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