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현대차(005380)·토요타가 수소연료전지차(FCEV) 시장에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BMW가 본격 참전하면서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모습이다. 다임러와 르노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수소차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어 이르면 내년 한판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수소차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9.1% 성장한 1만300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만대 수준이었던 연간 판매량을 7개월 만에 넘어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넥쏘(1세대) 2021년형 모델과 토요타 미라이 2세대 신모델이 전체 성장세를 주도했다.
현대차는 1~7월 누적 기준 5300대의 수소차를 판매, 점유율 51.2%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3600대)보다 44% 상승한 수치다. 올해 1월 출시된 넥쏘 2021년형 모델의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 점유율 1위를 수성하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수소 전기차 '넥쏘' 사진/현대차
토요타는 40.1%의 시장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1분기에는 현대차가 44.6%의 점유율로 2위였으나 2분기 이후 판매량이 늘면서 선두 자리가 뒤바꼈다.
지난해에는 현대차가 1~7월 3600대를 팔면서 500대를 판매한 토요타에 비해 7배 이상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으나 올해는 양강구도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토요타는 미라이 2세대 신모델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8.7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점유율을 9.7%에서 40.1%까지 끌어올렸다.
이들 양사는 새로운 수소차 전략, 기술 개발 등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6일 2040년을 수소 대중화의 원년으로 선언하며 대형 트럭과 버스 등 모든 상용차의 신모델을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로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2028년까지 업계 최초로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차를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승용차, 특수차량, 열차, 선박,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수소 기반의 모빌리티를 선보이겠다는 청사진도 공개했다. 특히 수소연료전지 상용차를 앞세워 연 40만대에 이르는 유럽 중대형 상용차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소형 상용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수소연료전지 PBV(목적기반모빌리티)도 개발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승용·상용차 모델을 대폭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2023년 넥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고 대형 밴 스타리아급 SUV도 출시할 예정이다. 2025년에는 팰리세이드 급 풀사이즈 SUV도 출시할 계획이다.
토요타는 경량화와 스택 에너지 효율 개선, 수소 탱크 용량 개선 등 수소전지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미라이에 적용된 2세대 연료전지스택은 질량 대비 출력 밀도가 2.8kW/kg 에서 5.4kW/kg 으로 93% 증대됐다. 부피 대비 밀도도 3.5kW/L에서 5.4kW/L로 54% 증가했다.
이로 인해 2세대 미라이의 연료전지시스템은 무게는 41% 감소했으나 출력은 114kW에서 128kW로 향상됐다. 또한 고가의 희귀 금속인 백금 사용량은 이전 세대 대비 58% 감소했다.
한층 진화한 연료전지 덕분에 2세대 미라이의 평균 주행거리는 850km로 늘어나 1세대 대비 30% 증가했다. 프랑스에서는 1회 충전으로 1003km를 주행해 세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같은 양강구도 속 BMW는 첫 수소전기차를 내놓고 도전장을 던졌으며 다임러와 르노도 참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BMW는 올해 IAA 모빌리티에서 첫 수소전기차 모델 'iX5 하이드로젠'을 공개하며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iX5는 내년 말부터 시연 및 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다임러는 볼보트럭과 수소전기트럭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을 위해 합작사 '셀센트릭'을 설립했다. 2023년 시범운행 이후 2025년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임러는 완충시 1000㎞를 주행할 수 있는 수소전기트럭을 통해 유럽 물류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르노그룹도 수소연료전지업체 플러그파워와 수소차 생산을 위한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유럽내 중소형 수소 상용차 시장을 30% 이상 점유하는 걸 목표로 생산라인을 구축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국내 업체가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전기차 시장은 현대차와 토요타가 양분하던 상황에서 다임러나 르노도 버스, 트럭 등 상용차부터 시작하면서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며 "전기차처럼 각종 규제 혁파와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나서지 않으면 경쟁력이 해외에 비해 뒤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