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일본 100대 총리로 내정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가 내각의 각료(장관) 인선 발표를 앞두고 있다. 예상된 행보지만, 기시다 내각 역시 주요 정책 방향에 있어 아베 내각을 계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기시다 신임 총재가 이끌 일본 정부는 첫 싲가부터 '아베의 꼭두각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시다 총재는 오는 4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 이어 일본의 제100대 총리에 취임한다. 이날 기시다 총재의 총리 취임과 동시에 차기 일본 내각의 각료 인선이 발표된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총재는 내각 2인자이자 일본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에 마쓰노 히로카즈 전 문부과학상를 내정했다. 재무상에는 스즈키 순이치 전 환경상이 임명될 예정이다.
기시다 총재는 당초 관방장관 자리에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을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 내부에서 아베 색채가 지나치게 강해진다는 지적이 나왔고, 관방장관 인사를 재검토했다. 그러나 마쓰노 역시 아베와 '일본 창생'이라는 보수 모임을 함께 해온 심복이다.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에서 집권 자민당 본부에서 새로운 기시다 후미오 신임 총재가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이날 신임 총재로 당선됐다. 오는 4일 일본 총리로 취임한다. 사진/뉴시스
앞서, 기시다 총재는 지난 1일 자민당 지도부 인사를 단행했다. 당의 자금, 선거 공천권을 쥐고 있는 핵심 간부직인 간사장에 아마리 아키라 세제조사회 회장을 기용했다. 부총재에는 당내 제2파벌 아소파 수장인 아소 다로 부총리를 임명했다. 정무조사회장에는 총재 선거 경쟁자였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을 기용했다.
이들은 모두 이른바 '아베파'로 분류된다. 특히 아소와 아마리는 아베와 함께 자민당 핵심 인사 '3A'로 불린다. 3A는 아베와 아소, 아마리의 영어 이니셜 앞글자를 조합한 것이다.
아소의 경우 아베의 정치적 맹우로서 아베 내각부터 지금까지 재무상을 맡고 있다. 아마리 역시 아베 장기 집권기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경제재생담당상 등 당정 요직을 두루 거쳤다. 다카이치는 이번 총재 선거에서 아베가 공개적으로 지원한 후보다.
아베 전 총리는 경선에서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의 당선이 유력하자 다카이치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결선 투표에서 기시다의 당선을 이끌었다. 때문에 이번 인사는 본인의 당선에 기여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보은성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인사로 기시다는 '아베 색채'를 벗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기시다 역시 아베의 '꼭두각시'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고, 당 안팎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NHK에 따르면 아즈미 준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아베 전 총리에게 업혀가는 정권”이라며 “이 정도면 아베 전 총리가 (총리를) 하는 게 낫다”고 비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금의 당내 역학구도에 기반해 탄생할 차기 내각 역시 스가 내각처럼,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리의 '원로 정치' 그늘에 놓일 수 있다"며 "기시다 총재가 얼마나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기시다 총재는 당 주요 간부직 중 하나인 총무회장에 개혁 성향의 후쿠다 다쓰오 중의원을 임명했다. 그는 이번 총재 선거에서 3선 이하 젊은 의원 90명을 조직화해 당 파벌 정치 개혁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또 젊은 의원 다수의 지지를 모았던 고노 담당상은 당 홍보부장에 지명했다.
기시다는 자민당 내에선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되지만, 외교·안보 분야에선 매파 성향의 아베를 계승해 자민당 보수정권의 기존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베 내각 당시 외무상을 지내면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그동안 "한국이 (합의) 약속을 지켜야한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염두에 둔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총리 보좌관직을 신설하고,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증대에 대응하기 위한 쿼드(Quad) 파트너십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큰 논쟁거리인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기시다는 '총리가 된 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지'를 묻는 질문에 "나라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분들에게 존숭의 뜻을 나타내는 것은 정치지도자로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총리가 되면 적절한 존숭의 방식을 생각하겠다"고 말해 왔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일본 최장수 총리인 그는 지난해 9월 지병을 이유로 총리직에서 사임했으나 여전히 일본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