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중견 주택건설사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올해 지역별 분양 비중에서 수도권과 광역시는 줄어든 반면, 도 단위의 기타 지방은 증가했다. 택지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형사가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지방광역시로 내려오면서, 중견사들은 기타 지방으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8일 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중견 주택업체는 이달까지 전국에서 약 8만1996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이중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잡힌 물량은 3만3160가구다. 전체의 40.4%를 차지한다. 서울은 1915가구에 불과하고 인천도 4576가구 수준이다. 경기도가 2만6669가구로, 대다수 물량을 차지한다.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지방광역시는 1만4010가구로 전국 물량 중 17%로 나타났다. 이외에 강원도·경상도·전라도·충청도·제주도 등 기타 지방은 3만4826가구로 42.4%를 기록했다. 기타 지방에서 가장 많은 물량이 풀린다.
이는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중견사의 분양물량은 전국 12만3896가구다. 광역시 물량은 3만2897가구로 전체의 26.5%를, 기타 지방은 3만3586가구인 27%를 차지했다. 기타 지방이 근소하게 더 많았지만, 광역시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수도권은 올해보다 다소 높은 46%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중견사의 수도권·광역시 분양이 줄고 기타 지방의 물량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대형 건설사의 광역시 진출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형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확보를 목적으로 지방광역시로 발을 넓히고 있다.
대우건설(047040)은 지난 6월 대구에서 내당시영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확보했고, 8월에는 대전에서 성남동3구역 재개발사업을 따냈다.
대형사들의 광역시 진출은 계속되는데, 중견사들이 수도권이나 광역시 공급을 노려볼만한 택지는 희귀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공급하기로 한 공동주택용지는 81필지다. 지난해 분양한 87필지보다 적어졌다. 택지 공급은 꾸준히 감소 추이를 띤다. 2015년 182필지 이후 △2016년 121필지 △2017년 및 2018년 각각 109필지 △2019년 83필지로 감소했다.
기타 지방의 경우 청약 수요가 수도권이나 광역시보다는 많지 않다. 이에 기타 지방의 분양이 늘어날 경우 중견사의 주택 사업에 어려움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아울러 대형사가 아직 손대지 않는, 규모가 더 작은 일감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도 중견사들 사이에서 나온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택지 공급이 귀한 상황에서 광역시나 수도권 정비사업은 대형사들이 꽉 잡고 있어, 중견사들이 분양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라며 “중견사들은 기타 지방으로 점점 밀려나면서 분양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