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한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해외 사업을 축소하면서, 국내 주택 사업 비중은 꾸준히 높은 상황이다. 매출과 수주 모두 주택에 쏠려있다. 도시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올해 수주액 3조원을 바라보는 곳도 다수다. 정부가 주택 공급에 무게를 실으면서, 건설업계의 주택 사업 비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주택이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별 회사의 실적에는 긍정적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초과공급으로 인해 주택 판매가 어려워질 경우, 현재와 같은 주택 중심 포트폴리오는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상반기 매출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주택·건축사업에서 냈다.
삼성물산(028260)은 연결기준으로 상반기 매출액 5조4340억원을 올렸다. 이중 주택사업이 포함되는 건축은 3조296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60.6%를 차지했다. 토목은 6810억원, 12%였고 플랜트는 1조3340억원으로 24.5%로 나타났다.
GS건설(006360)은 상반기 매출로 4조2460억원을 기록했다. 건축주택분야가 2조6760억원으로, 사업부 중 유일하게 2조원대 매출을 창출했다. 비중은 63%로 절반 이상이다. 건축주택 다음으로는 플랜트 매출이 높았으나 7710억원으로 1조원을 넘지는 못했다. 이외에 인프라 3990억원, 신사업 3580억원 등이다.
대우건설(047040) 역시 주택건축사업부의 매출 비중이 상당하다. 대우건설은 상반기 4조1464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주택건축에서 2조8189억원을 기록했다. 67.9%에 해당하는 액수다. 토목은 6291억원으로 15%를 차지했고 플랜트는 4268억원, 10%로 나타났다.
연결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 매출이 포함된
현대건설(000720)은 현대엔지니어링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현대건설 사업부문 중에선 건축·주택의 매출액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상반기 매출 8조5331억원 중 건축·주택은 3조1068억원을 기록했다. 건축·주택은 3조원을 넘었지만, 다른 사업부문은 1조원을 밑돌았다. 플랜트·전력은 9852억원, 토목은 5746억원으로 나타났다.
DL이앤씨(375500)는 별도기준 상반기 매출 2조5285억원 중 주택이 1조6428억원으로 64.9%를 기록했다. 플랜트는 19.5%인 4946억원이었고, 토목은 15.3%에 해당하는 3874억원이었다.
이들 건설사는 수주도 주택에 쏠려있다. 삼성물산은 상반기말 기준 수주잔고 26조1370억원 중 57%에 해당하는 15조1270억원이 건축부문이다. GS건설은 45조7930억원의 잔고 중 건축·주택이 29조1970억원으로 63.7%를 차지했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는 각각 69%, 53.3%다. 현대건설 역시 건축·주택의 수주잔고가 전체의 44.9%로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수주곳간도 풍성하게 쌓는 중이다. 대우건설은 이달 8일까지 올해 정비사업 분야에서 2조7421억원의 일감을 확보했다. GS건설도 2조7394억원에 이른다. DL이앤씨는 2조6587억원이다. 포스코건설과 현대건설도 각각 2조6150억원, 2조5594억원의 정비사업을 따낸 상태다. 연내 3조원 달성도 노려볼만한 수준이다.
이들 건설사는 수도권과 지방 곳곳으로, 또 리모델링 사업에도 진출하면서 수주고를 올리고 있다. 주택 외에는 마땅한 일감이 없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플랜트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고 국내 토목일감은 대형사가 나설만한 굵직한 사업이 드문 편”이라며 “주택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다 일감 경쟁도 치열해져 리모델링 시장에도 발을 들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후로도 주택 일감 확보의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가 전국에 200만호 주택공급을 약속한 데 이어 서울시도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10년간 주택 5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익성이 높은 주택사업 특성상, 주택 매출의 상승은 개별 회사의 실적 향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일찌감치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는 부동산 경기가 좋은 상황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둔화 위험이 깔려있는 상황에서 초과 공급으로 인한 미분양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말한 공급이 실제 다 될 지는 미지수지만, 대규모 공급이 나오면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입지는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포트폴리오 조정을 서서히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이 과거 리먼사태 등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대응 역량은 있을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의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리스크 관리를 준비할 필요성은 있다”라고 진단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